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 표시ㆍ한중 경제협력 촉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정상외교를 위한 중국 방문에서 베이징(北京) 외에 시안(西安)을 방문하기로 한 것은 여러가지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역대 대통령들은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할 때 늘 추가로 지방도시를 찾았고, 대표적인 곳이 바로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상하이(上海)였다.
그러나 이번에 시안 방문은 3천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古都)를 방문함으로써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표하고 중국과 우의를 다지겠다는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시안은 주나라 시기부터 진(秦), 당(唐) 등 중국 역대 13개 왕조가 도읍으로 삼았던 곳으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유서깊은 장소다. ‘땅을 1m만 파도 유적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진시황릉, 병마용, 양귀비 목욕탕 화칭츠(華淸池), 측천무후 건릉 등 문화유적지도 즐비한 곳이다.
박 대통령이 시안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표시함으로써 중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등 외국 정상들도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중국 방문길에 시안을 찾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시안에서 대표적인 유적지 한 곳을 방문해 양국간 관광 등 문화교류 활성화의 중요성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안이 중국의 서부대개발의 거점 도시 가운데 하나로 최근 들어 이곳이 한중 경제교류 협력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시안에는 삼성전자가 70억달러를 투자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160여개의 협력사가 동반 진출해 있다.
이밖에도 LG상사, 심텍, SK텔레콤 KMW, 다산네트웍스 등 한국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어 새 정부 핵심 경제 기조인 ‘창조경제를 통한 경제살리기’와도 맞닿아 있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시안은 한국과 중국 서부 지역간 교류협력의 중심지로서 많은 우리 기업이 진출하고 있거나 앞으로 더 진출할 것으로 예상될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중앙아시아 및 유럽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등 한중간 미래 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시안이 박 대통령의 한중정상회담 상대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도 제2 방문도시로 결정된 배경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1953년 베이징에서 태어났지만 문화 대혁명 시기에 숙청돼 좌천된 아버지 시중쉰(習仲勛) 전 국무원 부총리를 따라 하방, 산시성(陝西省 옌안(延安)시 량자허(梁家河)에서 7년간 생활했다. 또 부친의 묘소도 시안에서 가까운 푸핑(富平)에 조성돼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시안 방문에는 시 주석을 배려하고 시 주석과 개인적인 신뢰와 우의를 다지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문화융성과 경제부흥이라는 새 정부 국정기조와 시안 방문이 맥을 같이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