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문건 부적절’ 공감…복지부 사과 놓고는 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17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복지부가 국감 시작 이틀 전 ‘기초연금, 야당 의원 발언 대응’이란 문건을 여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것을 놓고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의원들은 문건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했지만 복지부 차관의 사과 요구 등을 놓고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오전 내내 국감 질의도 못한채 의사진행발언만 이어가며 논란을 벌이다가 감사가 중단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야당 측 간사인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해당 문건은 피감 기관인 복지부가 감사기관인 국회의원에게 ‘야당 의원이 이런 소리 하면 이렇게 대응하세요’라고 지침을 준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국감 방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성주 의원도 “여당이 정부와 가까울지 모르나 국감에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복지부가 어떤 의도로 야당 의원 대응 논리 문건을 작성했는지 밝히지 않으면 국감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복지부에 정책 협의차 참고용으로 요청한 자료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여당 측 간사인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은 “당 정책국에서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내용을 정확히 알고자 설명해달라고 요청한 내용으로 국감을 무력화하려 했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며 “자료를 요구한 의원으로서 유감이고 죄송하다”고 정부를 대신해 사과의 뜻을 밝히며 야당 의원들을 달랬다.
같은 당 정몽준 의원도 “여당은 우리 편이고 야당은 반대편이라는 관료들의 인식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며 “야당 의원의 이름을 써놓고 대응논리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부적절했던 만큼 차관이 정중히 사과하라”고 말했다.
복지부 이영찬 차관은 “정부는 야당 의원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이 발언하신 내용에 대응할 수 있는 설명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 와중에 여당에서 요청이 들어와 저희가 가진 자료를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차관은 “자료를 준비하는 와중에 특정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받지는 못했다”며 “자료 제공 과정이나 표현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유재중 의원은 “내가 유감 표명했는데 차관이 왜 사과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목희 의원은 “부하가 잘못해도 차관이 책임져야 한다”며 사과를 수용하지 않은 채 야당 의원들과 자리를 떠 감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감사는 정회된 지 4시간여 만에 재개됐지만 이 차관이 “여당이 요구한 자료에 대해 ‘야당 의원 대응 방안’이라고 표현한 데 사과 드린다”고 유감을 표하고 나서야 감사가 진행됐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 두 번의 국정감사에 이어 이날도 기초연금 도입안의 청와대 보고 경위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한편, 무상보육, 복지재정 조달 및 누수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대책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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