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기초연금 정부안 놓고 치열한 공방

복지위, 기초연금 정부안 놓고 치열한 공방

입력 2013-10-14 00:00
수정 2013-10-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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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공약파기’vs 정부여당은 ‘현실적 대안’

국회 보건복지위의 1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안을 놓고 여당과 야당, 야당과 정부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야당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 10만~20만원 차등지급’ 내용의 정부 기초연금 도입안에 대해 ‘65세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지급’이라는 대선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또 현재 30~40대 등 젊은 세대가 시간이 갈수록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는 지급 구조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재원과 지속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대안이고, 어떤 경우라도 국민연금 가입자가 자신이 납입한 돈보다 손해보는 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방어에 나섰다.

◇ 야당 “’모든 노인에 20만원’ 공약으로 표 훔친 것…미래세대는 더 불리”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정부의 기초연금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스스로 뒤집은 것일 뿐 아니라, 기초연금 수급에 있어 세대간 차별을 만들어 국민간 갈등과 위화감을 촉발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현 65세(1948년생) 국민연금 가입자의 경우 16%만 기초노령연금의 최저선인 10만원을 받지만, 55세(1958년생)와 45세(1968년생)의 경우 각각 24%, 21%나 10만원만 기대할 수 있다는게 이 의원실 주장이다. 정부의 기초연금안에서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최대 지급액 20만원에서 깎는 값이 커지는데,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생각하지 않고 기초연금만 따지면 20년~30년이상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 비중이 큰 미래세대의 평균 수령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여당은 공약 조정이라고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며 비판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같은 당 양승조 의원도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표를 훔친 것이며 심하게 말하면 사기”라며 “대선 당시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박근혜 후보는 70%이상의 표를 얻었는데, (유권자들이) 한 공약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공약이 선택에 영향을 미친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동익 의원은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은 A값(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개념)에 비례해 지급액을 산정하지만, 정부안은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지급액을 정한다”며 “그러나 향후 물가상승률이 A값 상승률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결국 실제 지급하는 돈의 가치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기초노령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없어 기초연금안을 마련했다”는 정부측 답변에 대해서도 “2008년 도입한 기초노령연금 제도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얘기냐”고 반문하며 “10년후에 예산이 1천억원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왜 거짓말하냐”고 거칠게 따졌다.

이에 대해 이영찬 복지부 차관은 “현재 입법예고된 기초연금법 5조와 6조를 바탕으로 5년마다 기초연금액의 적적성을 평가, 어떤 경우라도 연금액의 실질 가치가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의견 다른 장관 문서 결재없이 ‘국민연금-기초연금 연계’ 최종안 청와대 제출

야당은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이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안에 반대하다 결국 사퇴에 이른 과정도 집요하게 캐물었다. ‘정부 역시 현 기초연금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강행했다’는 점을 부각시키키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복지부가 지난 8월 30일 청와대에 제출한 기초연금 추진계획 문건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당시 진 장관 등 복지부 공무원들이 대통령직인수위가 당초 제시한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 방식에 대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손해가 되고 특히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한 저소득층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문건 내용을 적시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이 의원은 “당초 제출 문건에는 국민연금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에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현재 정부안은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없다고 입장이 바뀐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공개된 문건이 최종 보고자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후 당초 공약 내용과의 부합여부, 당사자별 지원수준, 제도의 지속가능성, 소요재원 규모, 미래세대 부담문제 등 쟁점들을 감안해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가적 보완을 했다”고 해명했다.

8월 30일 진 장관의 청와대 보고 당시 배석한 이태한 인구정책실장은 대통령이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안과 소득·재산 연계안 두 가지의 장단점을 듣고 “장관이 책임지고 제대로 안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고 당시 분위기도 전했다.

또 이 의원은 지난달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최종안을 복지부가 청와대에 제출할 때, 의견이 다른 진영 당시 장관의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추궁했다.

양성일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장관에 보고 드리고 실무자가 청와대 행정관에게 안을 보냈다”며 “장관의 문서 결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장관에게 충분히 보고됐기 때문에 구두 결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입법예고 때 제가 (장관 대신) 사인한 것 외에는 기초연금과 관련, 그 어떤 문서에도 장관의 서명 등 결재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과 김성주 의원 등은 8월 30일 청와대 제출 자료를 요구하자 복지부가 발췌록을 제출한 사실도 질타하고, 원본 제출을 강하게 요구했다. 정부와 야당은 지난 7월까지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논의한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회의록 제출 여부를 놓고도 승강이를 벌였다.

◇ 여당 “재정 여건 맞춘 조정…100조원 복지 예산 쓰고도 욕 먹는 건 답답”

이에 비해 여당 의원들은 기초연금과 관련, 이 차관 등 정부측에 충분한 해명 시간을 줄 뿐 아니라 질의가 아닌 의견 개진을 통해 정부의 결정을 적극 옹호했다.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은 “돈(예산)만 많으면 어르신들 다 혜택받으면 좋겠지만, 재정 여건에 맞춰 100% 지급 공약을 못 지킨 것”이라고 정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유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정부-청와대 갈등 근거로 제시한 8월말 복지부의 청와대 보고 문서에 대해서도 “8월말 검토안은 최종 복지부안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김현숙 의원의 경우 “기초노령연금이 처음 지급된 2008년 이후 2011년까지 4년동안 A값 상승률이 오히려 물가상승률보다 높았다”며 “절대로 반값이 될 수 없는 구조”라며 민주당 김용익 의원 등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정몽준 의원은 “100조원의 복지 예산을 쓰고도 (기초연금 때문에) 욕을 먹는 상황,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며 정부의 대국민 설득·홍보 부족 문제를 꼬집었다. 같은 맥락에서 정 의원은 기초연금이 세금을 바탕으로 어려운 노인층을 돕는 ‘공적부조’ 성격인 만큼 ‘본인이 낸 보험료를 돌려받는’ 개념인 ‘연금’ 용어 대신 ‘노령 수당’으로 명칭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처음 국감에 참여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정부가 앞서 주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예산 규모는 3조원에 이르는데 비해, 실제로 들어간 예산은 1조7천억원에 불과한 사실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밖에도 여야 의원들은 무상보육 문제, 복지 재정 및 국민연금·건강보험 재원 누수 문제 등에 대한 정부의 대책도 따져 물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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