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진’ 뛰어들 장수가 없다

[단독] ‘적진’ 뛰어들 장수가 없다

신융아 기자
입력 2020-02-13 23:22
수정 2020-02-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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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는 TK, 한국당은 호남… 공천 신청 0명 지역구 속출

TK 키우겠다던 민주 전략공천 무산
자발적 후보자 나올 가능성 거의 없어
한국당, 광주 서갑 예비후보 1명뿐
‘지역주의 타파’ 의제로도 안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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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지역주의에 균열을 일으켰던 호남의 이정현(당시 새누리당·전남 순천), 영남의 김부겸(더불어민주당·대구 수성갑) 드라마를 이번 4·15총선에서도 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 각 당의 선거 전략과 예비후보 출마 분포 등을 고려하면 기대하기 어렵다. 야당 지지층은 ‘정권심판’으로, 여당 지지층은 ‘야당심판’으로 양극단화된 데다 ‘지역주의 타파’가 선거 의제로조차 떠오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오히려 최악의 지역주의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정치권을 보면 보수 정당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민주당 지원자가, 진보 정당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는 자유한국당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지역구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날까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면접심사가 진행된 민주당은 모두 475명의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졌으나 대구 서구와 북갑,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경남 창원성산 지역에는 한 명도 도전하지 않았다. 부산·경남(PK) 지역은 일단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의원을 보내 당력을 모아 보겠다는 전략이지만, TK 지역은 속수무책이다.

TK 험지로 나간다고 해서 당에서 힘껏 밀어 주는 분위기도 아니다. 앞서 TK 지역을 키우겠다던 민주당은 지난해 8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대구나 경북 구미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본인이 거절하면서 무산됐다. 결국 현역 의원인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과 김부겸 의원만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구 중·남구, 동갑, 동을, 달서갑, 경북 포항북, 김천, 안동, 구미을 등에선 겨우 1명씩 나섰다.

보수 야당은 호남 지역을 아예 없는 셈치고 있다. 한국당 예비후보 513명 가운데 호남 지역에 나선 후보자는 광주, 전남, 전북을 통틀어 광주 서갑에 출사표를 던진 하헌식 예비후보 1명뿐이다. 반면 대안신당은 10명의 후보자 전원이 광주, 전남, 전북 지역에만 예비후보로 등록해 지역주의에 기생할 뜻을 대놓고 드러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2년 노무현 정부 탄생 이후 지역주의가 완화될 거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2016년 20대 총선만 예외적이었을 뿐 전혀 바뀌지 않았다”면서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상대 텃밭을 자포자기하는 상황에서 모험을 감수하려는 후보가 줄었고, 이에 따라 지역주의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20-02-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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