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공항으로 이동하라”...긴박했던 아프간 철수 작전(종합)

“빨리 공항으로 이동하라”...긴박했던 아프간 철수 작전(종합)

김헌주 기자
입력 2021-08-16 19:21
수정 2021-08-1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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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측과 유사시 철수 지원 MOU
재외국민 남은 1명 곧 떠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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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2대 도시 칸다하르 시내 순찰하는 탈레반
아프간 2대 도시 칸다하르 시내 순찰하는 탈레반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조직원들이 15일(현지시간) 제2대 도시 칸다하르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카불 AP 연합뉴스 2021-08-16
“빨리 카불공항으로 이동하라.”

지난 15일 오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에 우방국으로부터 긴급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수도 카불 장악이 임박해오자 평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정부 등에서 당장 철수를 해야 한다는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외교부 본부와 화상회의를 하던 중에 메시지를 전달받은 대사관 측은 즉시 보고를 했고, 곧바로 보안문서 파기 등 철수 작전이 진행됐다.

미국 정부와는 지난 상반기에 유사 시 미군 자산을 이용해 대사관 직원들이 제3국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터라, 공관원들은 미군 측 헬기, 항공기를 지원받아 중동의 제3국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공습 사이렌이 울려 이륙이 지연되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떻게 보면 보험에 들어놓은 것이었는데 이걸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전날 밤 공지를 통해 대사관 잠정 폐쇄 결정을 알리면서 현지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 1명에 대한 안전한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대사와 공관원 일부는 남았다고 밝혔다. 현재 이 국민은 대사관 직원들과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으며, 조만간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재외국민 철수 후에도 대사관 직원들이 현지에 남을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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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점령하고 종전 선언을 한 가운데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앞 국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1.8.16 뉴스1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점령하고 종전 선언을 한 가운데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앞 국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1.8.16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아프가니스탄에 잔류한 공관원과 교민들을 마지막 한 분까지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관계당국에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현지 상황을 신속하고 소상하게 국민들께 알리라”고 주문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관련해 시시각각 보고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한국은 아프가니스탄과 1973년 처음 수교한 뒤 1975년 대사관을 설치했다. 1978년 공산정권이 수립된 후 관계가 단절됐다가 2002년 외교 관계를 복구하고 대사관을 재개설했다. 19년 만에 대사관이 잠정 폐쇄됐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공관에서 빠져 나왔다고 해서 아프가니스탄과 맺었던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외교부는 탈레반 정부와 외교 접촉 등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검토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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