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타이핑 쳐서 대통령에 사표 던지고 국회서 공개

洪, 타이핑 쳐서 대통령에 사표 던지고 국회서 공개

손지은 기자
입력 2020-11-03 22:32
수정 2020-11-0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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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위 갑작스런 사표 고백 순간에 정적
洪부총리 압박 김두관 “서면 질의 대체”
靑 “洪, 인사권 존중 면담·반려 안 밝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홍 부총리가 제출한 사직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11.3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홍 부총리가 제출한 사직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11.3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갑작스러운 ‘사표 고백’을 하면서 사의 표명 시점과 방법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청와대의 해명이 홍 부총리 발언과 엇박자를 내면서 사태를 수습하려던 청와대의 스텝만 꼬인 모양새가 됐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 4시 47분쯤 회의장 밖에서 사표 사태의 전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사직서를) 타이핑해 전달했다”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반려 형식에 대해선 “인편으로 보낸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홍 부총리가 오전 화상연결 국무회의 직후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면담하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통령이 곧장 반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5시 50분쯤 “홍 부총리가 (국회에서) 대통령과의 면담 및 반려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해서였다”며 “대통령의 동선이나 인사권에 관한 것은 공직자로서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앞서 오후 2시 40분쯤 누구도 묻지 않았는데 사표 제출 사실을 공개했으면서도 1시간 뒤쯤 ‘대통령이 반려했다는 소식을 들었느냐’는 의원의 질문에는 “저는 국회에 오느라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면전에서 ‘재신임’ 의사를 표했지만 홍 부총리는 사표 제출만 폭로하고 반려 사실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강 대변인은 “홍 부총리는 청와대의 반려 사실 공식 발표(오후 2시 58분쯤)를 국회에 출석한 상태였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재위 회의는 홍 부총리의 돌발 발언으로 혼란을 빚었다. 홍 부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갑자기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폭탄선언’을 하자 회의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여러 질의를 준비했지만 서면 질의로 대체하겠다”며 서둘러 질의를 끝냈다.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자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질문도 없는 상황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스스로 밝혀 애써 준비한 정책 질의와 예산 심의를 위축시켰다”고 질타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20-11-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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