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해리스 美대사 발언 경고…“남북협력, 우리가 결정”

청와대, 해리스 美대사 발언 경고…“남북협력, 우리가 결정”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1-17 17:14
수정 2020-01-1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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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가 주재국 대통령 발언 공개 언급, 대단히 부적절”

해리스 대사 발언에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
‘남북 협력, 한국 정부가 결정할 사안’ 분명히 한 것
지난해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 불러 방위비 증액 압박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해리 해리스(왼쪽) 주한미국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2018.7.25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해리 해리스(왼쪽) 주한미국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2018.7.25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개별관광’ 언급에 대해 “미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데 대해 청와대가 17일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이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면서 “남북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는 항시 긴밀하게 공조하며 협의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남북 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조속한 북미 대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해리스 대사 발언에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리스 대사는 전날 외신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남북 협력 추진 구상을 두고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강조하면서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서 다루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교착 상태의 북미 대화를 타개하기 위해 “남북 간에도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 협력을 증진시키며 북미 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20 한국이미지상 시상식’(CICI Korea 2020)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20 한국이미지상 시상식’(CICI Korea 2020)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물론 국제 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이 할 수 있는 협력에서 여러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한된 범위 안에서 접경 지역 협력, 개별 관광 같은 것은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해리스 대사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남북 협력 여부는 한국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대북 제재라는 틀 안에서 최대한의 남북 협력을 한국 정부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데 주한 미국대사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에 대해 강하게 경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저희가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서도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일제히 해리스 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인 송영길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해리스 대사 개인 의견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왼쪽) 바른미래당 의원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이 의원은 지난 7일 해리스 대사를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해리스 대사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했다고 알려졌다. 2019.11.19  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왼쪽) 바른미래당 의원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이 의원은 지난 7일 해리스 대사를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해리스 대사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강조했다고 알려졌다. 2019.11.19
연합뉴스, 사진공동취재단
또 해리스 대사의 평소 언행과 관련해 “대사로서의 위치에 걸맞지 않은 좀 과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개인의 의견인지, 본부의 훈령을 받아서 하는 국무부 공식 의견인지 구분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대사가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 구상에 대해 제재 잣대를 들이댄 것에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해리스 대사는 본인의 발언이 주권국이자 동맹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오해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깊은 성찰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대사관으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을 50억 달러로 증액해야 한다’고 압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 파병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일본계 미국인으로 제24대 미국 태평양사령관을 지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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