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어선 축소 의혹’ 국방부 브리핑에 靑행정관 참석 논란

‘北어선 축소 의혹’ 국방부 브리핑에 靑행정관 참석 논란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06-21 11:09
수정 2019-06-2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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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 부두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당시 북한 선원들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뒤 주민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2019.6.19 뉴스1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 부두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당시 북한 선원들이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뒤 주민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2019.6.19
뉴스1
해경, 15일 북한 어선 진입 당시 청와대 등에 상황 보고
국방부, 17일 ‘삼척항 인근서 북한 어선 발견’ 브리핑
17일 브리핑에 현역 군인 신분 청와대 행정관 참석

청와대 “해경, 최초 상황 보도자료 15일 오후 배포”
잘못된 정보 확산 적극 바로잡지 않은 점 여전히 의문


북한 어선이 지난 15일 동해 삼척항에 진입한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17일 기자실에서 가진 브리핑에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이 참석한 것이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해양경찰청이 북한 어선 발견 당일 상황보고서를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과 해군 1함대 사령부, 국가정보원은 물론 청와대에 즉각 전파했음에도 군 당국이 17일 사실과 다른 브리핑을 한 것으로 드러나 사건 축소·은폐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까지 논란이 확산될 수 있는 정황이 나온 것이다.

●‘축소 의혹’ 국방부 17일 브리핑에 청와대 행정관 참석

21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역 대령급 군인 신분인 청와대 A 행정관은 지난 17일 국방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북한 어선 관련 익명 브리핑 현장에 참석했다.

국방부의 이날 브리핑은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우리 어선에 발견했다’는 식으로 전했다.

그러나 삼척항에 진입해 이미 정박해 있던 북한 어선을 지나가던 어민이 목격해 112에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 은폐·축소 의혹이 불거졌다.

이 행정관은 북한 어선 사태 이후 17~19일 사이 2~3번 정도 국방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A 행정관은 현역 군인 신분으로 국방부에 온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소 청와대로 출근하는 A 행정관이 국방부 내에서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북한 어선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데다,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기자실에서 진행되는 익명 브리핑에 나타난 것 역시 이례적인 일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당시 익명 브리핑에 참석한 다수의 고위급 군 당국자와 국방부 관계자 대부분은 A 행정관의 참석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어선 진입 당시 상황이 상세히 기록된 해경의 보고를 청와대를 비롯한 여러 기관이 이미 받은 시점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한 국방부 브리핑에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한 사실은 논란거리다. 청와대가 국방부의 축소·은폐 브리핑에 관여했을 수도 있는 정황이기 때문이다.

●‘삼척항 정박’ 해경 최초 보고서, 당일 청와대 등 전달

‘해경 상황센터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동해해양경찰서는 15일 오전 6시 54분 해양경찰청과 국정원에 ‘삼척항 내 북 선박 정박’이라는 제목으로 “15일 시간 미상 경, 삼척시 삼척항 내 북한 어선이 정박해 있다고 신고”라는 내용의 상황보고서 1보를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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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
굳은 표정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어선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읽고 있다. 2019.6.20
연합뉴스
이 1보는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이 해군 1함대 사령부에 즉각(오전 6시 54분 발송) 전달했다.

이어 오전 7시 9분 청와대 국정상황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실, 통일부 정보상황실, 합참 지휘통제실, 해군작전사령부 지휘통제실 등이 수신하는 해경 본부발 1보를 보냈다.

1보 문서에는 “오전 6시 50분 삼척항 방파제에서 미상의 어선(4명 승선)이 들어와 있는데 신고자가 선원에게 물어보니 북한에서 왔다고 말했다고 신고 접수”라고 돼 있다.

또 “함경북도 경성에서 6월 5일 조업차 출항하여 6월 10일경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6월 14일경 기관이 수리돼 삼척항으로 입항”이라면서 “선명(船名) ㅈ-세-29384, 목선”이라고 돼 있다.

사건 발생 19분 만에 해당 어선의 주요 정보를 군은 물론 청와대·총리실·통일부 등도 입수한 것이다.

이어 추가로 확인된 정보들이 2, 3, 4보 형태로 당일 오전 10시 8분까지 약 3시간여 동안 속속 관계기관에 전파됐다.

국방부의 17일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했다”는 브리핑은 사건 당일 해경이 관계기관에 전파한 보고 내용과 배치된 것이었다.

‘왜 삼척항 정박 사실을 왜 밝히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군 당국은 “발견 지점과 이동 경로를 합동 심문 중이었기 때문에 밝히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합참과 청와대 등은 이미 15일 오전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 내에 정박한 사실을 해경으로부터 보고받아 알고 있던 상황이었다.

●청와대 “국방부 브리핑 표현 오해…축소·은폐 아니다”

‘삼척항 정박’이라고 하지 않고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20일 “‘항’은 방파제, 부두 등 이런 걸 모두 포함하는 말이며 ‘인근’이라는 표현은 군에서 주로 많이 쓰는 용어”라면서 “내용을 바꾸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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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에게 인사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문 대통령에게 인사하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하자 인사하고 있다.
2019.6.20 연합뉴스
그리고 군 당국이 17일 브리핑을 하기 전 이미 청와대는 15일 오후 2시쯤 해경이 최초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조치했다고도 밝혔다.

이 보도자료에는 ‘북한 어선이 조업 중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자체 수리해 삼척항으로 옴으로써 6월 15일 오전 6시 50분쯤 발견돼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목선이 자체 수리를 했다는 점, 삼척항으로 들어왔다는 점 등을 이미 언론에 알렸으며, 정부가 이를 숨겼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인 셈이다.

●국방부 ‘틀린’ 브리핑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은 점 의문

다만 청와대의 이러한 해명에도 군 당국이 17일 브리핑에서 “해상·해안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가 19일 “과오나 미비점이 발견됐다”고 입장을 번복한 점 등은 여전히 군이 사안을 축소 또는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고민정 대변인도 “말이 번복된 것은 안이한 대응이었으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군 당국의 17일 발표가 ‘해상에서 표류 중인 북한 어선을 발견한 것’으로 오인된 채 보도가 확산됐는데도 군 당국이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청와대 역시 처음부터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정보가 왜곡돼 번져나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바로잡지 않았다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날 고민정 대변인 브리핑 과정에서 일부 취재진이 “해경의 15일 보고와 국방부의 17일 브리핑 내용이 다르다. 청와대가 다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정보가 와전되는 것을 왜 즉각 바로잡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의 17일 브리핑에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한 사실이 이러한 의문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선박이) 북쪽에서 우리 쪽까지 오는 과정에서 제대로 포착하거나 경계하지 못한 부분, 그 후 제대로 보고하고 국민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문제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지시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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