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항쟁일에 떠난 李… 고문에도 “구국운동 동참은 영광”

6·10항쟁일에 떠난 李… 고문에도 “구국운동 동참은 영광”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19-06-11 22:32
수정 2019-06-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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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못지않은 민주화 운동가

“내 양심에 비추어 일생을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운동가·민주화 운동가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생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여사가 97세의 일기로 영면한 지난 10일은 우연하게도 6·10 민주항쟁 3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DJ의 영원한 동반자로 알려진 이 여사는 고인이 바랐던 것처럼 남편만큼이나 민주화 운동에 누구보다도 헌신한 민주화 운동가였다.

이 여사는 DJ의 민주화 투쟁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1972년 10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 쿠데타를 일으키자 DJ는 망명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여사는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DJ에게 “현재로서는 당신만이 한국을 대표해서 말할 수 있으니 더 강한 투쟁을 하시라”며 DJ가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뒷받침했다.

이 여사는 1976년 ‘3·1 구국선언문’ 사건으로 DJ가 구속되자 석방투쟁을 주도했다. 이 여사도 DJ와 함께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려간 뒤 취조실에서 고초를 겪으면서도 “민주회복을 위해 많은 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이곳을 거쳐 가는데 나도 동참할 수 있게 돼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합니다”고 말하며 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여사는 유신 시절 긴급조치로 감옥에 갇힌 대학생 가족과 함께 ‘양심수가족협의회’를 만들었다. 이 여사는 당시 외국 언론에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당당히 일하다가 고난을 받는 우리의 남편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결코 우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DJ의 첫 재판 때 검정 테이프를 입에 붙이고 침묵시위를 하던 이 여사의 결연한 모습은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역사로 기록됐다.

서슬 퍼런 유신시대가 끝나면서 봄이 오는 듯했지만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DJ에게 내란음모의 모함을 씌워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러자 이 여사는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는 등 남편의 구명운동에 나섰다. 1982년 말 미국으로 망명한 DJ와 이 여사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전두환 독재의 실상을 알렸다.

이처럼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전념한 이 여사의 별세에 민주화 운동 출신 인사들도 애도의 마음을 표했다. 86운동권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맏형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민주진영이 가장 어려울 때 정신적 버팀목이 되셨던 어른을 잃은 슬픔이 크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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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9-06-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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