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역사의 자리’로 돌리기…‘대통령으로서’ 사과하고 ‘완전한 해결’ 선언
문재인 대통령은 3일 4·3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공식 천명했다.4·3사건 제70주년을 맞아 이날 오전 제주 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다. 4·3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평가하고 되새기는 차원을 넘어 미완의 과제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4ㆍ3 70주년 추념사 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ㆍ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18.4.3, 연합뉴스
이는 4·3이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에 의해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는 판단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의 궁극적 책임이 국가에 있으며, 7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이번 사건에 따른 희생과 고통을 치유하고 ‘완전한 해결’을 추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2003년 10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15년만에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은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인식의 토대 위에서 가용한 행정적·입법적 조치를 총동원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물론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은 과거 진보정권에서부터 이어져온 게 사실이다.
4·3 사건은 역대 군사정권은 물론이고 김영삼 정부에 이르기까지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돼왔다. 문 대통령이 “제주는 살아남기 위해 기억을 지워야만 하는 섬이었다”고 표현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2000년 4·3 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진실규명과 피해보상의 길을 열었다. 나아가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 기구인 ‘4·3 위원회’를 만들었고, 그 활동의 결과로 후임 정권을 넘겨받은 노 대통령은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유족과 생존자들이 입은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 여전히 충분치 못했다는 게 시민사회의 지적이었다.
4·3 70주년을 추념하는 문 대통령은 우선 4·3에 대한 역사적 평가부터 명확히 하고 나섰다. 국가권력에 의한 양민 학살이라는 점을 확립된 사실(史實)로 규정함으로써 4·3을 ‘역사의 자리’에 바로 세우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평가 위에서 진상규명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유해발굴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보상과 명예회복을 위한 행정적·입법적 조치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특히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방안을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4·3 완전 해결론’은 한국 현대사에 무수한 질곡과 고통을 안겨준 ‘이념의 시대’를 종결하겠다는 특유의 철학적 소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가가 ‘이념의 이름으로’ 양민들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가한 사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낡은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라의 기틀을 확립해나가자고 주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역사를 ‘직시’(直視)하라고 강조한 것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우리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과거사를 직시할 것을 주문하듯이 우리
문 대통령은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고 비판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과거사를 직시할 것을 주문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4·3의 진실을 정확히 바라보고 깊은 성찰 위에서 새로운 출발점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라고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역사의 직시 위에서 문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국가의 청사진은 ‘정의’와 ‘공정’을 키워드로 하는 나라다운 나라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며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탈(脫)이념’ 기조에 터잡은 새로운 국가상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평화와 인권을 비롯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주창하는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라며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고 추념사를 맺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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