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중재가 핵심…“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응해야”
5일 오후 2시 평양행 특별기에 오르는 문재인 대통령 대북특사단의 ‘방북 보따리’에 어떤 카드들이 들어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손에 쥐어진 문 대통령의 친서(親書)에 큰 틀의 제안과 구상이 담겨있겠지만, 각론 차원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하고 폭넓은 의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청와대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밝힌 방북 의제는 ▲북미대화 여건 조성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남북 교류·협력 활성화를 출발점으로 하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가장 주목되는 관전포인트는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에 응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내느냐에 있지만, 큰 틀의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 활성화,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등도 포괄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6일 독일 베를린 쾨르버재단 연설을 통해 제시한 ‘베를린 평화구상’의 핵심 내용들이 남북간 대화 테이블에 공식적으로 오르는 점이다.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목표로 하는 이 구상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북일관계 등을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에 터잡은 남북관계 개선도 이와 연동돼있다는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특사단을 접견할 김 노동당 위원장이 이 같은 구상을 받아들여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북미대화에 응하고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5일 “북측이 이미 베를린 구상은 다 알고 있겠지만 문 대통령의 제안을 새롭게 상기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남북간 대화는 이제 시작이며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의 ‘통 큰’ 해결을 겨냥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을 제안하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 북미대화 ‘중재’가 최대미션…‘큰 그림’ 제안할 수도 = 이번 방북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에 응하겠다는 확답을 받아내느냐다.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북미대화를 제시했던 만큼 특사단의 첫 번째 임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여건 조성’이다.
특사단은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포기에 나설 경우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체제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평화체제 구축과 국제사회 지원 등을 통해 고립구도에서 벗어나도록 적극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김 위원장을 향해 문 대통령의 의중을 담은 ‘통 큰’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무 단위의 ‘탐색적 대화’를 거치기 보다 정상 차원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서로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큰 틀에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북특사로 활동했던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나와 “(특사단이) 문 대통령의 의지를 담은 큰 그림을 얘기하지 않을까 싶다”며 “한반도 상황을 극적으로 바꿔내기 위해서는 결국 트럼프, 김정은간에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 그리고 한국의 의지가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언론인클럽 만찬석상에서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완전히 농담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실상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여건의 성숙’이라는 조건을 달아 수용했지만 이번에 북한이 북미 대화의 의지를 보여준다면 남북 정상회담 논의도 한 발짝 더 나아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 남북 관계 개선과 교류협력 활성화 = 이번 특사단의 방북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 대화 무드를 이어가는 추가적인 조치들을 끌어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개·폐회식에 북한 대표단이 방남해 문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평화정착에 필요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특사단 역시 이번 방북에서 남북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갈 전망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특사 답방 및 분야별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겨레말큰사전 등 민족 동질성 회복사업, 보건·의료, 산림, 종교, 체육 등 남북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 화해 무드에 힘입어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특사단 방북이 이와 같은 조치들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득이 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남북 소통채널 확대·이산가족 상봉 등 =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에 이은 답방을 통해 남북 간 소통채널이 확대되는 후속조치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남북 간 소통채널을 늘리는 차원에서 2차 고위급회담이나 군사 당국회담 개최에 원칙적으로라도 합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남북 최고지도자 간 핫라인이 구축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지난달 방남한 북한 대표단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김창선이 포함된 데 이어 우리 측 특사단에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포함된 것이다.
남북 정상의 최측근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서로의 의중을 탐색하고 반응을 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핫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탈북 여종업원 송환 문제로 답보 상태였던 이산가족 상봉 역시 남북 대화 분위기 속에 중국 등도 지지를 표하고 나선 만큼 특사단이 적극적으로 성사를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특사단이 북미대화 유도를 위해 한국계 미국인 석방 문제를 북한 측과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그것은 방북 주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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