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이해찬 발표 미루며 용퇴 압박…전해철도 발표 지연전병헌 오영식 강기정 등 정세균계 된서리…주도세력 교체 이목희·김태년 등 친노 인사들 생존…“패권청산 미흡” 비판도친노 진영 부글부글, 이해찬 용퇴론에 “납득 못할 이야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쥔 칼끝이 점차 친노 핵심으로 향하고 있다.전날 ‘공갈 막말’ 논란을 빚은 정청래 의원을 날린데 이어 11일 친노 진영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와 친노 직계인 전해철 의원 등 상징성이 있는 인사들에 대한 공천을 보류하며 숨통을 조였다. 특히 이 전 총리에 대해선 공천 지연술을 통해 용퇴를 유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본선 경쟁력을 감안, 친노·범주류 상당수에게는 본선행 티켓을 쥐어주면서도 상징적 인물을 배제하는 전략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범주류의 한축을 형성해온 정세균계도 이번 공천에서 직격탄을 맞았으며, 문재인 대표 체제 시절 지도부 인사들이 대거 몰락하는 등 당내 주도세력 교체가 이번 공천에도 반영됐다는 시선도 고개를 들었다.
이날 현재 지역구 의원 가운데 공천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경우는 이해찬 이미경 설훈 박혜자 서영교 전해철 정호준 의원 등 7명으로, 이 가운데 박혜자, 정호준 의원 정도를 빼면 친노·범주류로 꼽힌다.
특히 친노 수장격인 이 전 총리와 문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전 의원은 ‘정밀심사’(초재선 하위 30%, 3선 이상 하위 50%)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 발표 명단에서 빠진 것을 놓고는 김 대표가 이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가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김종인 지도부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셈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이 전 총리에 대해서는 공관위의 기준을 떠나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선 경쟁력을 들어 상당수 친노 인사들에게 본선행 티켓을 주면서도 상징성이 큰 이 전 총리를 컷오프시킴으로써 친노 패권주의 청산과 함께 중진 용퇴라는 ‘인적쇄신’의 두 가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것이다.
김 대표측 핵심인사는 “이 전 총리 스스로 용퇴하는 수밖에 없다. 본인이 결단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이날 박수현 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열린 충남 공주를 찾은 자리에서 이 전 국무총리의 공천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할 사항들이 있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고 연기를 해 놓은 것”이라며 “답을 해 드리면 모든 게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라며 “시간적으로 여유를 갖고자 한다”고 말을 아꼈다.
친노 패권주의 청산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의원 등 국민의당내 통합파와의 통합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어 보인다.
다만 가부투표 대상에 포함됐던 이목희 의원이 컷오프 위기에서 벗어나는 등 김태년 이목희 홍영표 김경협 의원 등 상당수 친노 인사들은 단수공천을 받거나 경서 자격을 얻으며 본선에 한걸음 근접했다. 지도부 인사는 “이번 현역 물갈이의 컨셉은 양보다 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청래 의원에 이어 거물급 인사인 이 전 총리를 쳐내기에는 부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숨죽여온 친노진영이 집단반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다 대안도 없이 계파논리를 이유로 탈락시키는 것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재선의원은 “정계은퇴를 선언한 분을 당이 어렵다는 이유로 억지로 세종시에 출마시키지 않았나”라며 “지난 대선 때에도 강제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지금 또 몰아낸다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용퇴론을 일축했다.
이어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한다더니 이 전 총리에게는 왜 이중잣대를 적용하나”라며 “지지자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천에서는 정세균계도 초토화되다 시피했다. 정 의원이 이날 서울 종로에서 단수공천을 받긴 했지만, 3선의 전병헌 오영식 의원이 이날 2차 컷오프에서 탈락했고, 앞서 광주출신 3선인 강기정 의원도 공천배제된 상태이다.
문 전 대표의 ‘신복심’으로 불렸던 최재성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세균계의 한 인사는 “할 얘기가 없다”며 “정 전 대표도 기분이 좋을 리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문재인 체제 당시의 지도부도 대거 몰락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국민의당으로 간 주승용 의원을 빼고 정청래 의원, 정세균계인 전병헌 오영식 의원 등 3명이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 유일한 생존자가 유승희 의원이지만 경선 관문을 넘어야 한다. 지명직 최고위원이었던 추미애 의원 지역(서울 광진을)도 경선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번 공천에서 3선 이상 중진 평가대상 24명 가운데 50%인 12명이 정밀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실제 물갈이는 지금까지 최규성 전병헌 오영식 의원 등 3선 3명에 그쳐 중진 교체가 저조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밀심사 대상 가운데 이들과 설훈 의원 등 4명 정도만 가부투표에 붙여졌다고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