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앞서 ‘젊은피’ 수혈 가속”, “체제 긴장도 키우는 과정”
빨치산 2세대의 대표주자인 최룡해(65) 북한 노동당 비서가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권력층 내부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12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일 사망한 리을설 북한 인민군 원수의 국가장의위원회 위원 명단에서 빠져 신상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 최 비서는 지방의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을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고위 간부에 대한 처벌은 ▲ 처형 혹은 숙청 ▲ 협동농장 혁명화 교육 ▲ 자택에서 자아비판서 쓰기 ▲ 김일성고급당학교 재교육 등이 있으며, 이 가운데 협동농장 혁명화 교육은 비교적 높은 수위의 처벌에 해당한다.
대북 소식통은 “최 비서가 협동농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면 농장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아비판서 쓰는 등의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비서가 처벌을 받은 구체적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유가 어떻든 그의 실각은 빨치산 2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신진 세대가 북한 권력의 전면에 등장하는 과정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최 비서의 부친인 최현 전 북한 인민무력부장은 중국 항일부대인 팔로군에서 활약한 빨치산 1세대로, 최 비서의 집안은 북한의 대표적인 ‘로열 패밀리’로 통했다.
최룡해와 함께 대표적인 빨치산 2세대로 꼽히는 오일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군사부장도 리을설 장의위원 명단에 빠져 실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오 군사부장 역시 빨치산 1세대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마지막 인민군 원수’로 불리는 리을설의 사망으로 빨치산 1세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는 빨치산 2세대마저 권력 핵심부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대북 전문가는 “나이가 어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젊은 피’를 빠르게 수혈하고 있다”며 “내년 5월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그런 흐름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룡해를 처형이나 숙청 등의 극단적 방식으로 제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포 정치’의 연장선이라기 보다는 신상필벌의 원칙에는 예외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당과 군의 기강을 다잡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최룡해가 과거에도 시련의 시간을 극복하고 중앙무대로 복귀한 적이 있는데다 이번에는 특정 사안에 대한 책임을 지운 성격이 강해 보인다는 점에서 아직은 그의 재기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영철 처형 때와 같은) 공포정치의 일환이라기보다는 일벌백계 또는 상징적 인물에 대한 처벌을 통한 ‘군기 잡기’라는 부분이 강하다고 본다”며 “체제의 긴장도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룡해가) 평소 감시와 견제를 받아오다가 뭔가 계기가 생겨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며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에 가깝고 얼마든 다시 발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어쨋든 김정은의 최측근이자 핵심 실세로 군림하던 최룡해도 처벌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권력층 내부에선 어떤 사람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불안감 만은 더욱 확산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최룡해의 해임이 당장 김정은 정권에 심각한 불안정성을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지도부 내에서 심각한 심리적 동요와 불안감 및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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