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녹음 요청에는 “청와대를 뭘로 알고 그러세요”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여야 대표·원내대표와의 청와대 5자 회동에서 과거 자신을 ‘그년’이라고 지칭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뼈있는 농담을 던진 것으로 23일 알려졌다.박 대통령은 전날 회동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면서 이 원내대표에게 “아까 뵈니까 인상도 좋으시고, 말씀도 참 잘하시는데, 예전에 저보고 ‘그년’이라고 하셨잖아요”라고 말을 건넸다고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 원내대표가) 인물도 훤하시고, 말씀도 잘하시면 앞으로 인기가 더 좋아지실텐데…”라며 “앞으로 잘하고 갑시다”라는 말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012년 8월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파문을 언급하면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그년’으로 지칭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원내대표는 ‘그년’이 ‘그녀는’의 오타라고 해명한 바 있다.
원 원내대표는 전날 상황에 대해 “이 원내대표가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라고 당황하는 것 같더라”며 “이 원내대표가 ‘그땐 죄송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이러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이 원내대표를 향해) 정색했다기보단 웃음을 지으면서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또 “(박 대통령이) 어제 그렇게 옛날 얘기를 말씀하시고, 이 원내대표도 사과하고, 그렇게 해서 감정이 다 힐링(치유)된 것”이라며 “정치 현안이나 국정 현안에 대해 서로 대화하다 보면 입장을 확인하고 좁혀 나가고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게 정치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전날 회동 후 지도부가 함께 복기를 하는 자리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는 점을 전하지 않았으며, 이 탓에 새정치연합은 대화 내용을 이날 뒤늦게 접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화가 공개된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그년’이라는 단어를 얘기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다만 맥락상 (대통령이 당시 트위터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트위터는) 오타였지만, 죄송하다고 (대통령에게)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전날 5자 회동에 앞서 대화내용을 휴대전화에 녹음해도 되느냐고 요청했으나, 박 대통령은 웃으면서 “청와대를 뭘로 알고 그러세요”라며 거절했다고 원 원내대표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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