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교과서-예산심의 연계 시사…”나쁜 대통령” 정치쟁점화與, 교과서-민생국회 분리 맞불…”정쟁 야당” 프레임 부각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방침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정기국회 파행 운영의 불씨로 떠올랐다.정기국회 본연의 업무인 예산·법안 심의가 곧 시작될 예정이지만,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야당이 이 문제를 예산·법안 심의와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3일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예산과 법안 심의는 일절 협조하지 않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일단은 교과서 국정 전환과 관련된 사안에만 한정했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언제든 전체 예산·법안 심의로 확대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교과서 집필을 맡을) 국사편찬위원회 조직 예산을 원점에서 재설정하겠다”며 “국정화 관련 예산은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새정치연합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결국 국정교과서를 저지하기 위해 예산과 연계시켜야 하지 않을까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장외 투쟁’을 통한 여론전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나쁜 대통령은 역사책을 바꾼다”는 구호를 내걺으로써, 비판의 과녁을 교과서 문제 자체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동하는 등 정치 쟁점화에 본격 나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 결집,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문을 통해 “통수권자가 국민 분열을 조장한다. 아버지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든 총선 여당승리를 위한 것이든 가장 나쁜 행위”라며 “껍데기를 포장해도 유신독재로의 회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후에는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신촌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광화문 릴레이 1인 시위, 현수막 게시 등도 병행한다.
만약 야당이 이 문제를 모든 예산안·법안과 연계하면서 ‘장외 투쟁’에 나설 경우 정기국회는 공전과 파행을 거듭하면서 여권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노동개혁 법안과 각종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등의 처리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안과 각종 정치관계법의 국회 통과도 어려워지면서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예산안은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1일까지 처리되지 않을 경우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그 다음날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는 만큼 야당이 국회 의사일정을 아예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강도 높은 저지 투쟁에 맞서 반대 논리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고 반박하며 여론전에 집중했다.
역사 교과서 집필진 성향이 좌편향돼 검정 강화만으로는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중립적 교과서를 채택하려고 하더라도 좌편향 교사들의 방해로 어렵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정부의 국정화 방침에 힘을 실었다.
이번 주에는 역사교과서 오류·왜곡 사례집을 발간하고 세미나와 공청회도 여는 등의 방법으로 야당의 전방위 공세에 맞대응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특히 교과서 문제는 관련 부처에 맡기고 정치권과 국회는 민생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통해 “야당이 정쟁에만 집중한다”는 프레임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교과서를 구실 삼아 산적한 민생 현안을 외면한다면 겨울 추위보다 매서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면서 “올바른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을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피와 땀으로 경제대국을 만든 자랑스러운 역사를 외면하고, 반(反) 헌법적 내용으로 점철한 왜곡된 역사를 미래세대에 주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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