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압박 카드로 유효’혁신·비전·기강’ 속도낼 듯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실시 예정이던 자신의 재신임투표를 연기하며 ‘가급적 추석 전 마무리’쪽으로 시점을 양보하며 재신임 정국에서 한 발 물러났다.당 내홍 속에 비주류의 사실상 사퇴 압박에 시달려온 문 대표는 지난 9일 재신임 카드를 던지며 정면승부에 나섰지만 연이틀 중진과의 회동을 거쳐 투표시기를 한 템포 늦추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재신임투표 연기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재신임 시점을 뒤로 물리면서 외견상 문 대표가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재신임 카드는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유연성을 발휘하면서도 대표직을 내건 모험을 통해 당의 주도권을 쥐는 드라이브는 다시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투표를 실시하면 재신임 가능성이 더 높다는 항간의 관측에 근거한다. 재신임을 받으면 문 대표를 공격해온 비주류는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문 대표로선 비주류를 견제하고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유효한 수단으로 재신임 카드를 여전히 쥐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16일 중앙위 부결시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데다 재신임투표 역시 투표방식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적지 않아 재신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재신임투표가 물건너갔다는 전망까지 내놓지만 문 대표 측은 시기의 조정일 뿐, 투표 실시 입장 자체는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문 대표가 자신이 전당대회 때 두 번째 죽을 고비로 언급한 ‘당을 살리는 길’을 궤도에 올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를 위해 재신임을 통한 리더십 회복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문 대표 측은 “문 대표는 혁신작업의 지속적 추진, 당의 비전 제시, 기강과 규율 확립을 역점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총선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더이상 좌고우면하기에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중진과의 회동에서 중앙위원회를 늦춰달라는 제안을 끝내 수용하지 않은 것은 혁신안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한다. 혁신위 활동이 종료되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인선, 인재영입위원장 영입 등 후속 작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는 게 문 대표측 설명이다.
당의 새로운 비전 제시는 문 대표가 재신임투표를 공식화한 회견 때 밝힌 ‘뉴 파티(New Party) 비전’으로 구체화하고, 핵심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희망 스크럼’이 될 전망이다.
문 대표로선 당의 기강과 규율 확립도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분열과 갈등이 일상화되다시피 한 당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해당행위자, 분열주의자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문 대표 측은 “당의 안정화를 위해 한 번은 칼을 휘두를 수밖에 없다”며 “당을 살리는 길이라면 논란이 생기더라도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표는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가고 비주류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신임 카드를 쥐고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 과정에서 재신임투표 시기가 국정감사 이후로 다시 연기될 수는 있겠지만 투표 자체가 철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현재 문 대표측의 대체적인 기류다.
한 측근은 “재신임 과정이 없으면 뭘 해도 비주류가 반대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며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며 “재신임에 대한 문 대표의 입장은 단호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