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先 유승민사퇴 後 당권 장악’ 구상 나돌아 靑 ‘국정장악’· 친박 ‘공천권’ 절박…여권 권력재편 추진소수계 친박 ‘중과부적’ 지적도’거사’ 실패땐 치명상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논란으로 내홍에 휩싸인 새누리당에서 유 원내대표만 물러나면 만악의 근원인 계파갈등이 해소되고 ‘평화’가 찾아올까.유 원내대표 거취문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벌써부터 새누리당 내부에선 ‘포스트 유승민 정국’에 대한 관측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외형적으로만 보면 유 원내대표를 둘러싼 문제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사퇴압력과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전략이 맞서는 형국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유 원내대표 문제는 사퇴냐, 아니냐는 문제가 아니라 사퇴의 시기와 모양새의 문제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특히 현재로서는 유 원내대표에게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예상이 많다.
유승민 고사작전을 펼쳐온 주류 친박계는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를 위해 재상정되는 6일 본회의를 ‘사퇴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모든 화력을 동원해 유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최고위원회의나 의원총회와 같은 공식 석상에서 거침없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실력행사 차원에서 당정 협의에서 노골적으로 유 원내대표를 배제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에 맞서 사실상의 재신임 성명을 낸 재선 의원 20명을 비롯해 비박계에서 측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하는 이달 말까지가 버틸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의 공세가 유 원내대표를 넘어뜨리는 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친박계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년 총선 공천권 확보라며 이를 위해 당 지도부까지 접수하려 할 것이라는 얘기가 여러 시나리오까지 곁들여져 나돌고 있다. 2단계에 걸쳐 지도부를 교체하겠다는 게 친박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친박 원내대표 세우고 지도부 재편 시도하나 = 유 원내대표는 자기 색깔이 분명한 정치인이다.
현 정부의 핵심 국정 철학인 ‘증세 없는 복지’를 서슴없이 비판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을 촉구하며 차별화하고 나서 청와대와 충돌, 청와대로부터 ‘자기 정치를 하는 정치인’으로 낙인이 찍혔다.
이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우호적인 원내대표를 세워야 집권 후반기에 국정의 성과를 내고 권력 누수 없이 국정을 장악하는 정치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로는 청와대의 이런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안고 있다.
벌써부터 당 안팎에선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 후임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의원을 지목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최근 청와대 정무특보를 사임한 주호영 의원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소문도 돌아다닌다.
이런 희망사항이 현실화된다면 친박계로선 원내대표와 그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까지 2명을 지도부인 최고위원회의에 입성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비박 지도부’였던 여당 최고위원회의는 8명 가운데 7명을 친박계가 장악하게 된다. 기존 친박계인 서청원 이정현 김을동 최고위원에다가 유 원내대표 사퇴 전쟁에서 친박계로 돌아선 김태호 이인제 최고위원,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까지 합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전국지방선거, 7·14 전당대회,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에서 줄줄이 밀렸던 친박계가 큰 출혈 없이 일거에 판을 뒤집는 결과가 된다.
◇숫적 열세 확인한 친박’최경환 구원투수론’ 부상 = 문제는 친박계가 숫자로 볼 때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친박계는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 유승민 사퇴를 관철시키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며 속전속결에 나섰으나 의총 결과는 사실상 유승민 재신임으로 귀착됐다.
이로 인해 ‘한 방’으로 끝날 줄 알았던 유 원내대표의 사퇴문제가 열흘이 되도록 해결되지 못한 것은 물론 ‘머릿수 싸움’에서 비박계에 밀리는 현실만 확인했다.
현재 세력분포대로라면 유 원내대표가 계속되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유지한 채 ‘마이웨이’를 고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또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김무성 대표가 버티는 한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 사퇴를 관철시키더라도 최고위원회의를 완전히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더욱이 김 대표가 ‘국민공천제’로 명명한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공천에서 청와대의 입김을 배제하려 한다면 친박계로선 ‘2단계 거사’까지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로선 무엇보다도 김 대표에 대적할 수 있는 ‘대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고민이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차기 주자로 거론되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나 홍준표 경남지사는 정치적 타격을 받았고, 영입설이 제기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유탄을 맞아 여권내 김 대표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이런 흐름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구원투수론’이 계속 거론된다.
유승민 사퇴 논란을 구실로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모두 사퇴해 현 지도부를 와해시키고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해 일단 최 부총리를 앉히고, 총선 전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지도체제를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적극적인 인물이 최경환 원내대표 시절 원내부대표단으로 호흡을 맞췄던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와 김태흠 의원이라는 사실이 이런 시나리오에 무게를 보태고 있다.
◇여권 공멸 위기감…견제속 타협 가능성도 = 그러나 총선을 목전에 앞두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연다는 것은 곧 적전분열로 여권 전체가 공멸하는 길이라는 문제의식이 당내에 팽배해 이런 예상이 현실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를 교체한 뒤 김 대표에게 적정 수준의 정치적 경고를 보내고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일부 있다.
일각에선 당내에서 수적으로 소수인 친박계가 과도하게 지도부 교체까지 몰아 붙이려할 경우 되레 치명상을 입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는 데 실패하거나, ‘1차 거사’에서 성공한다 해도 지도부 재편을 통한 공천 지분 확보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다.
지난 정부에서도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주이야박’(晝李夜朴·낮에는 이명박 밤에는 박근혜 지지)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골수’ 친이계 의원 규모는 사그라들었다.
결국 시간에 쫓기는 것은 친박계가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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