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뉴질랜드와 FTA타결·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제안 동북아 새판짜기, 美中 패권다툼 속 외교입지 확보시도 귀국후 ‘예산전쟁’ 주시, 집권 3년차 정국구상 몰입할듯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등을 위한 6박9일간의 다자무대 외교일정을 마치고 16일(현지시간) 귀국길에 오른다.지난해 2월25일 대통령 취임 이후 12번째(23개국)이자 사실상 올해 마지막 해외출장을 연쇄 다자회의 무대에서 활발한 다자·양자 정상회담을 소화하며 마무리지은 것.
박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와중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복잡하게 전개되는 주변국들의 외교전 속에서 입지확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 중국·뉴질랜드와 FTA 체결…美·中 경제패권 다툼속 운신 ‘한계’ = 눈에 띄는 경제성과는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장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FTA의 실질타결을 선언한 것이다. 장장 30개월간의 협상 끝에 거둔 성과로 양국은 품목수 기준 90% 이상 개방에 합의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을 포함한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타결지어 ‘경제영토’를 크게 늘리게 됐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의 빗장이 풀리게 됨으로써 중국과의 FTA 타결이 박 대통령이 추진해온 경제활성화의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물론 한미FTA처럼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얻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또 박 대통령이 제9차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호주 브리즈번을 방문한 지난 15일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 FTA 타결을 선언한 것도 주목받았다.
뉴질랜드와의 FTA 체결은 FTA 네트워크를 북미와 유럽, 동북아에서 오세아니아까지 사실상 전 대륙으로 확장한 효과를 내게됐다. GDP 기준 FTA ‘경제영토’도 74.45%로 확장됐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다만 이번 다자회의 무대에서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경제패권 다툼이 거듭 확인됨에 따라 한국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우려가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APEC 정상회의에서 ‘아태 자유무역지대(FTAAP) 로드맵’을 통과한데 이어 이어 G20에서도 신(新) 경제질서 확립’을 강력히 촉구했다. 아태 지역 21개국을 대상으로 한 FTAAP를 통해 역내 경제질서를 중국 주도로 재편, 미국이 앞장선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겠다는 의도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APEC에서 FTAAP의 실현을 위한 베이징 로드맵에 적극 지지의사를 표명했으나 이를 놓고 ‘중국 경도론’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다.
이런 가운데 한·뉴질랜드 FTA 타결로 한국의 TPP 참여 협상은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참여 12개국 가운데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와 양자 FTA 협상을 마무리지어서다.
청와대는 조만간의 타결이 불분명한 TPP에 당장 가입할 의사는 없지만 FTAAP 로드맵 지지가 확대 해석되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는 표정이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은 미중간의 패권다툼이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다자 경제협력에는 모두 참여하겠다는 입장 아래 움직여야 한국이 지렛대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TPP가 FTA나 FTAAP와 충돌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 동북아 ‘새판짜기’속 주도권 확보에 주력 = 박 대통령은 다자회의 무대에서 중일 정상회담의 전격개최와 억류 미국인의 석방에 따른 북미관계의 변화 가능성 등 으로 부각된 ‘외교고립’ 우려를 불식시키는 행보에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3국 정상과 회담 혹은 대화를 성사시키고,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주도적으로 제안한 게 대표적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핵포기를 위한 전략적 선택노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취임이후 유지해온 안정적인 대북공조 입장을 확인했다. 시 주석과 5번째 정상회담을 한 것만으로 의미가 작지않았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FTA 타결 등으로 한층 부각된 ‘한중 밀월’에 따른 중국 경도론의 제기 속에 어렵사리 한미 정상회담도 성사시켰다. 약 20분간 소파에 앉아 한 이 회담의 형식의 적절성 등이 논란이 됐지만 취임후 4번째 회담을 통해 한미일 3국 공조를 확인하고 북핵 등에 대한 다양한 레벨의 긴밀협력 등을 다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와 APEC에서 전격 대화한 것은 꽉 막힌 한일관계를 고려하면 예상 밖의 이벤트로 평가된다.
대화에서 두 정상은 군위안부 문제를 논의하는 양국 국장급 협의가 잘 진전되도록 독려키로 하는 등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 대통령이 13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제17차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공동 주재하면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의 개최를 토대로 3국 정상회담의 개최를 희망한다는 제안으로 이어졌다.
3국 정상회담은 2012년 5월 베이징 회담 이후 열리지 못한 것이어서 순조롭게 개최된다면 3국 관계는 물론 북핵 등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 귀국후 예산안 처리 지켜보며 집권 3년차 구상 나설 듯 = 귀국 후 박 대통령은 당장 발등의 불인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지켜보며 집권 3년차를 앞둔 정국구상에 몰두할 전망이다.
순방에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한국 경제를 위기로 진단한 뒤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경제살리기에 진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이 2주일 남짓 남은 가운데 야당이 ‘박근혜표 예산’으로 규정한 65조원을 삭감해 복지예산으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하고 나섬에 따라 예산전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는 공무원연금개혁안의 연내 마무리와 정부조직법, 주택시장정상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30여개 경제활성화법안의 향방에 크게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법안의 처리 여부가 3년차 정부의 성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번 주 장관급 국민안전처장과 차관급 인사혁신처장 등 신설조직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3년차 정부 출범에 대비한 내각 및 비서실의 인적 개편을 점치기도 하지만 조직의 안정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이 인사를 통해 분위기 일신을 꾀할 가능성은 낮게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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