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접촉 성사 불투명 우려…남북관계 다시 위기北, 극단적 방식의 대남압박 통한 대화 전 판흔들기 분석도
황병서 등 북한 고위급 3인방의 파격적인 방남을 계기로 급진전이 기대됐던 남북관계가 다시 위기에 놓였다.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에 따른 지난 7일 남북 함정 간 사격전에 이어 10일에는 민간단체가 띄운 대북전단을 두고 휴전선 일대에서 남북 간 총격전이 발생하면서 남북관계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이 합의한 이달 말∼내달 초 2차 고위급 접촉의 성사가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일단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2차 고위급 접촉 합의로 대화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 놓은 상황에서 해묵은 현안인 서해 NLL, 대북전단 살포 등을 먼저 문제삼으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황병서 일행의 방남을 통해 남북대화를 주도하는 모양새를 연출해놓고도 본격적 인 대화 전에 판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사총 도발’이 처음에는 우리 군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대북전단을 노렸다는 점에서 북한이 아직 남북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까지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신 군사적 수단까지 동원한 극단적 방식의 대남 압박을 통해 대화 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하고 결과가 여의치 않으면 우리측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오히려 더욱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는 북한 특유의 전술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자신들이 얘기했던 부분에 쐐기를 박는 행동을 통해서 우리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듯 하다”며 “1회성 도발이라면 (대화) 판이 엎어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2차 고위급 접촉이 이뤄져도 의제가 매우 복잡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이후 비록 수위는 조절하고 있지만 다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실명 비난을 재개하는 등 대남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대화 합의 후 남측 동향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시 강경 노선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단 북한이 위협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효과를 거두면서도 실제로는 남북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인 도발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북한이 고위급 접촉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취했음에도 남측에서 5·24 조치에 대해 달라질 것이 없다는 통일장관의 발언이 나오는 것 등을 보고 박근혜 정부와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회의론이 일어나 다시 초강경 대응으로 나오게 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북한의 도발성 행태로 우리 국민 사이에서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 노력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질 수 있어 향후 남북대화 동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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