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의원 이념·성향분석 문건 보도에 ‘발칵’
새정치민주연합의 출범으로 야권 내 세력지형의 지각변동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장외’에 있던 안철수 공동대표가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투톱’으로서 130명의 의석을 가진 제1 야당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기존 민주당 내에 형성돼 있던 권력지도에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진단이다.
기초선거 무(無)공천 문제 등을 둘러싸고 당내 세력간 주도권 경쟁이 조기화되는 듯한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통합 전 민주당에서는 친노(친노무현)와 손학규계, 정세균계,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민평련계, 김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新)주류 진영 등이 ‘공존’하는 구도였다.
친노는 지난 대선을 계기로 문재인 의원을 정점으로 ‘친문’(친문재인)으로 재편된 가운데 민평련과 옛 정동영계, 손학규계 인사 일부가 친문에 합류하기도 했다.
친문과 정세균계, 친문에 속하지 않는 일부 친노,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등이 범(凡)구주류로 분류되며 김 대표측 신주류와 긴장관계를 형성해 왔다.
반면 수적 열세에 처했던 신주류는 지난해 김 대표 취임 후 중도 가치를 앞세워 저변 확대에 나섰고, 손학규계도 ‘비노(비노무현)’라는 교집합을 토대로 스펙트럼상 신주류에 가까운 쪽에 위치했다.
하지만 안 대표의 등장으로 기존 세력질서는 재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안철수+김한길 연합세력’이 당분간 주도권을 잡고 전면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혈혈단신’으로 들어온 안 대표로선 김 대표측 신주류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자체 세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내 ‘파이’ 확대 여부가 신당내 착근 여부를 가르는 바로미터가 될 수밖에 없다.
안 대표가 창당대회 전날인 지난 25일 문 의원과 전격 회동, 친노와의 관계회복에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안 대표의 당내 세력확대 시도와 맞물려 중립지대를 중심으로 ‘안철수 쏠림’ 현상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노 등 기존 계파에 속한 그룹 일각에서 계파색이 옅은 인사를 중심으로 동요 내지 이탈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무엇보다 당내 지형 판도는 ‘공동운명체’가 된 김-안 공동대표가 이끄는 6·4 지방선거 결과에 좌우될 전망이다.
’투톱’이 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안 대표의 리더십도 공고해지면서 ‘안철수 쏠림현상’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나, 반대의 경우에는 안 대표의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내 상당수 인사들이 지방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관망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유동성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서로 눈치작전을 벌이며 지방선거 결과를 주시하는 흐름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성향상으로 ‘김+안 연합세력’에 가깝지만 직접 정치활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는 손학규 상임고문의 행보도 변수로 꼽힌다. 손 고문은 전날 창당대회에 불참했다.
이런 가운데 신당 창당을 주도한 측에서 민주당 출신 의원 전원의 계파와 이념성향을 분석한 문건을 작성, ‘투톱’에게 보도했다는 언론보도가 불거지면서 친노 등 구주류가 발끈하는 등 합당 이튿날부터 어수선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대변인실과 비서실에는 의원들의 항의성 전화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박광온 대변인은 “김 대표와 안 대표는 이런 보고를 받은 적도, 이런 문건을 본 적도 없다. 물론 이런 것을 작성하라고 누군가 지시했다는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또 “출범 첫날 매우 악의적으로 해석되는 분파주의적 보도가 나온데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이런 식의 접근은 새정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더 좋은 미래’ 소속 은수미 의원은 트위터 글에서 “정말 창피하다”며 “모두가 당 지도부를 지지한다는데 뭐가 무섭나요”라고 비판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투톱’ 등 새 지도부는 당내 불피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라도 내달초 선대위 구성 과정 등에서 ‘화합적 결합’에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민병두 전 전략홍보본부장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조만간 당의 모든 세력이 포함되는 ‘플러스 알파’, ‘플러스 통합론’에 기초해 ‘무지개 선대위’를 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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