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전비리’ 강경 대응…취임100일 기강다잡기

정부 ‘원전비리’ 강경 대응…취임100일 기강다잡기

입력 2013-05-31 00:00
업데이트 2013-05-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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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드라이브 ‘지각 시동’…부정부패 해소 계기 삼을듯이명박 정부 당시 비리감사 후속조치 ‘미흡’ 판단 관측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부정적 영향 차단목적도 엿보여

정부가 31일 일부 원전 가동중단을 불러온 ‘원전부품비리’에 대해 전면 재수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한치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정부는 내달 4일 박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앞두고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비리를 척결하고 사회 전반의 기강을 다잡는 한편 전임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계기로 삼을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 이명박 정부 때 조사 어떻게 진행됐나 = 감사원은 지난해 4월2일부터 6월26일까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을 대상으로 원자력발전소 감사를 벌여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등의 비리 사례를 대거 적발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같은 해 12월 감사결과보고서 전문 및 보도자료를 홈페이지 등에 공개했다.

감사원은 당시 원전부품 비리와 관련, 국내 납품업체(2개)에서 87건의 시험성적서를 위조(138개 품목, 966개 부품)해 제출하고 업체들이 납품가액을 높이기 위해 담합 입찰하는 등 부당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해당 업체들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한수원 사장에게 허위 시험성적서류로 납품된 기자재의 품질기준 적합 여부를 검토하고 해당 업체에 대한 제재를 하도록 통보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를 받은 한수원과 검찰 등에서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해에도 비리에 연루된 부품 수백 개가 적발됐지만, 이후 적절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리의 싹’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했다는 게 새정부의 생각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품 하나 때문에 원전 가동이 중단됐는데 비리에 연루된 부품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충격이 컸다”며 “분명히 물밑에 거대한 ‘비리 커넥션’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전면 재수사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회 전반 기강 다잡기ㆍ국민안전 의지 = 박 대통령은 원전비리를 보고 받고 광범위하게 퍼진 부정부패의 심각성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수위 시절부터 원전 안전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결국 원전부품 비리로 일부 원전이 가동 중단돼 여름철 전력 수급까지 걱정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원전비리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강도 높은 재수사를 벌이기로 한 것은 취임 100일을 계기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 정부 출범 초기 사정기관을 이용해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박 대통령은 인사 파동과 정부개혁법 통과 지연으로 그런 기회를 살리지 못한 만큼 취임 100일을 맞아 뒤늦게나마 척결의지를 천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원전비리에 대해 “확실한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히고 거기에 맞는 조처를 함으로써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새정부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국민행복의 핵심요소로 꼽히는 ‘국민안전’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판단도 강경 대응의 배경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나 청와대에 들어온 뒤에도 “새 정부가 국민안전을 강조하고 있고 국가가 이것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수차 강조했다.

◇ 원자력협정 개정 악영향 고려했나 = 원전비리에 대한 강경 대응에는 이번 사태가 한미간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원전 수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걸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사용 후 핵연료 저농축, 우라늄 자체 생산권리 확보 등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안에 담자고 주장하는데 대해 미국은 소극적인 상황에서, 우리 원전의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이번 사태는 미국에 우리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기 위한 본협상이 내달초 서울에서 재개될 예정인 것도 원전비리에 대한 정부의 더욱 강력한 의지 표명이 필요했던 이유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원전의 외국 수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라도 원전비리는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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