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기관이 입장 표명…”정상화 여지 남겨” 해석
북한은 27일 정부의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 조치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도 공단 완전 폐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북한의 이날 발표에는 국방위원회나 노동당 등 최고통치 기구가 아니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라는 실무기관이 나섰다. 남측의 조치에 실무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지난 18일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당 통일전선부장의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철수와 가동 잠정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또 26일에는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전날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의를 거부하고 “먼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날 발표의 형식도 이전처럼 담화가 아니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우리 정부의 공단 체류인원 철수 결정에 대한 북측의 입장을 밝히는 태도를 보였다.
더욱이 북한은 ‘중대조치’를 운운하던 전날과 달리 남측의 대화 제의와 철수 조치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면서도 자신들이 폐쇄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은 일절 담지 않았다.
기껏해야 “개성공단지구 운명은 지금 경각에 이르렀다”면서 “괴뢰패당이 도발에 매달릴수록 개성공업 지구는 더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데 그쳤다.
오히려 “청와대 안주인이 대결광신자들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 민족공동의 협력사업으로 유일하게 남은 개성공업지구마저 대결정책의 제물로 만들 심산이 아닌지 우리는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기대를 접지 않은 듯한 속내를 드러냈다.
또 “현 괴뢰정권이 외교안보 우두머리들을 새로 꾸리고 청와대와 통일부를 비롯한 대북관계 부서들을 대폭 교체하였다고 하나 놀아대는 꼬락서니를 보면 너무도 우리를 모르고 있다”며 자신들을 이해 못 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답답함을 우회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한미 군사연습이 진행되는 기간에는 대화를 안 해온 자신들의 관행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정부가 서둘러 철수 조치 등 강경 대응에 나선 데 대한 불만이 엿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은 당장은 먼저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남측의 추가조치를 지켜보면서 대응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이번 문답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팀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대변인은 “북남관계 역사에 수많은 대화제안들이 오고 갔지만 시한부를 정하고 중대조치니 뭐니 하며 오만무례하게 대화제의를 한 적은 일찌기 없으며 동서고금의 국제외교사에서도 그러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언급, 답변 시한을 정해놓은 우리 측 회담 제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선행 정권에서 멋없이 날치다가 내외의 비난대상으로 된 김관진과 같은 주먹깡패까지 다시 써먹으면서 화를 스스로 초래하고 있는 것은 보기 민망할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오늘 발표는) 북한이 자존심 차원에서 보면 폐쇄로 가는 것이지만 실제는 개성공단을 유지했으면 하는 속내를 보이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측의 태도 여부에 따라 폐쇄까지 갈 경우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이번 발표로 보면 북한이 먼저 개성공단 문을 닫겠다는 소리는 안 할 것 같다”면서 “긴장이 완화되면 다시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있는 것 같고 이런 면에서 우리 정부가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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