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선택”…2년 뒤 한국입장 관철 여부는 불투명
한미 양국이 한미 원자력협정 만료시한을 2년 연장키로 한 것은 일단 핵심 쟁점에 대한 견해차를 극복하는데 시간을 더 가지려는 의도가 강하다.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나 저농축 우라늄 자체 생산권리 확보 등에서 한미 양국의 입장차가 큰 상황에서 시간에 쫓겨 협상을 타결짓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임하겠다는 우리측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협정을 2년 연장하는 대신 6월부터 3개월에 한 번씩 수석대표간 정기적 협상을 통해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2010년 10월부터 2년여 협상을 진행했지만 핵심 사안에 대해 한미 양국의 입장이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2년간의 추가 협상 과정에서 돌파구가 마련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미국 측이 과거보다 성의를 보이는 만큼 우리 입장이 관철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도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 협정 2년 연장’공백 방지, 현실적 선택’
정부가 현 협정 2년 연장 방안을 받아들인 것은 시한이 촉박한 데에 비해 양측의 입장차는 큰 상황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협정을 마련하려면 시한을 더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을 정부가 내린 것으로 보인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협상결과 브리핑에서 “남은 미진한 부분에서 진전된 합의를 도출할 필요성과 기술적 세부적 사항의 복잡성, 협정 공백상황 방지 필요성 등을 감안해 현행 협정을 2년간 잠정 연장키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핵 비확산 정책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가 더 경직된 것도 협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과 한반도 전문가들조차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40년전(1973년) 발효된 현재의 협정은 우리나라가 원전을 도입할 때 체결돼 미국의 입장이 주로 반영된 것이다. 세계 5위의 원전대국이 된 현재 상황과는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번 연장 결정을 두고 정부 측의 준비부족을 꼬집는 비판도 나온다.
협정 연장이 다음달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폭탄을 일단 뒤로 돌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밖의 한 전문가는 “굳이 이 시점에 시한 연장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면서 “박 대통령이 방미시 우리의 개정 의지에 대해 말하고 실무선에서 이후 처리하게 하면 됐다”고 말했다.
◇ 정부 “진전” 강조… 美 비확산 벽 극복될까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정부는 양국 수석대표간 제6차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조 대변인은 “양측이 그간의 협의에서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기술개발 등 사용후 핵연료의 효과적 관리, 원전연료의 안정적 공급 확보, 원전 수출 경쟁력 제고 등의 분야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차원에서 농축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아직 합의되지 않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협상이 타결되면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맥락에서 협상팀 관계자들은 “미국 측이 상당한 성의를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향후 2년간의 협상에서 우리의 기대만큼 미국 측이 입장을 바꿀지는 불확실하다.
핵 비확산 정책은 미국의 완고한 원칙이기 때문에 동맹국이라고 해도 한국에 예외를 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국이 향후 2년간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비확산 정책을 유지하면서 한국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권을 보장하는 기술적인 절충안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일정 조건을 달아 재처리나 농축 권한을 부여하거나 현재 진행중인 파이로 프로세싱 공동연구와 연계해 문제를 풀어보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과는 별개로 당면 현안인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또 핵주기 공동연구(Joint Fuel Cycle Study)를 포함한 양자 및 다자적 협력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라늄 농축 문제와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앞으로 2년간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 달래기’ 차원에서 우리의 원전 수출 지원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
한미가 원자력 분야에서 상호의존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원전 수출 지원이 미국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측의 입장을 최대한 관철시키려면 정부가 미국 원자력 산업계를 우군으로 확보해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우회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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