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퇴발표 관측 우세…결과는 사퇴거부 재확인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12일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대국민 입장표명을 한다는 소식이 입장 표명 직전에 전해지자 국방부 기자실은 크게 술렁거렸다.김 내정자가 임명 전에 국방부 출입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발표한다는 것은 사퇴의사를 표명하기 위함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는 오후 2시20분 국방부 브리핑룸에 나타나 취재진에게 90도로 인사한 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참 송구스러운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 내정자가 “국가의 안보가 어느 때보다 위중한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서 대통령께서 저에게 중책을 맡겨주신 데 대해 감사히 생각한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제기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할 때까지만 해도 사퇴 입장 발표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어진 김 내정자의 발언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이었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국방이 위기이고 나라가 위태롭다. 저는 일평생 군인의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모든 개인적인 사심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한다”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는 호소한 것이다.
김 내정자는 “청문회 기간 불철주야 노력해 주신 의원님들과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며 다시 90도 인사를 한 뒤 약 5분간의 입장 발표를 마무리했다.
내정자 신분으로 국방부 청사에서 입장 발표가 이뤄진 때문인지 이날 브리핑룸 벽의 국방부 마크는 김 내정자의 발표 중에는 파란색 커튼으로 가려졌다.
이날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이날 입장 발표가 김 내정자 측의 독자 기획인지 아니면 청와대와 조율된 것인지를 놓고도 설이 분분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통합당 안규백 의원은 “아직도 (김 내정자가) 민심과 군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 같다”며 “무엇이 정도이고 무엇이 무인다운 길인지 알아야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날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와 관련, 김 내정자가 300여회 정독했다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공기무비’(功基無備·예상하지 못한 곳을 공격한다), ‘출기불의’(出基不意·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나간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손자병법의 대가에게 허를 찔린 기분”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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