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메시지와 과제
지난해 12월 19일 대선 투표를 마치고 미국으로 떠난 지 82일 만인 11일 귀국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인천국제공항 기자회견을 마친 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11일 귀국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주의 타파와 중산층 복원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앞으로 자신이 추구하겠다고 밝힌 ‘새 정치’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인 셈이다.
서울 노원병 지역에 출마하려는 것도 수도권에서 새 정치의 씨앗을 뿌리려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부산 영도 출마가 오히려 지역주의에 매달리는 것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아울러 노원은 수도권인 동시에 중산층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교수는 “노원은 노후·주거·교육문제 등 현안이 농축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역설해온 ‘낮은 정치’라는 것도 결국 중산층의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민생정치라는 점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 노원병에서 선택받아 국회에 입성해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대중 정치인으로서 인정받고 아울러 수도권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정치세력 형성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후보 사퇴로 미완에 그친 새 정치 실험을 자신의 정치활동 재개를 통해 완성해나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안 전 교수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편을 갈라 대립하는 ‘높은 정치’ 대신에 국민의 삶과 국민의 마음을 중하게 여기는 ‘낮은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쇄신안도 화두로 꺼낼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교수는 지난해 대선 때 국회의원 정수감축 등 정치쇄신안을 내놨지만, 오히려 정치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안 전 교수는 이날 “여야가 공히 공감대를 형성했던 여러 가지 정치쇄신안이 있었는데 진행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국민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많은 분의 의견을 수렴해서 계속 잘 다듬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안 전 교수는 대선 때 정치쇄신안에 대해 “많이 부족했다”면서 수정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소통과 통합의 정치, 문제해결의 정치도 강조했다. 이는 안 전 교수의 재등장이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대치 등 ‘정치 실종’을 이유로 삼은 것과도 연결된다. 정치실종을 강조해 우회적으로 청와대와 여야 등 기존정치권을 비판하면서 또 정치재개의 명분도 되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수로 볼 수 있다.
안 전 교수가 “당면한 선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며 후순위로 밀렸지만 이른바 ‘안철수 신당’도 안 전 교수의 숙제다. 안 전 교수가 4월 재·보선에서 승리해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면 ‘안철수발(發) 정계 재편’은 본격적인 추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전 교수의 재등장에 여야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관망하는 분위기를, 민주당은 안 전 교수가 대화하겠다고 밝힌 점에 방점을 찍었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은 “이번엔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새 정치를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성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안 전 교수가 같은 뜻을 가진 분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는 점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은 “진보정의당은 이미 안 전 교수가 강조한 노원 서민들과 땀의 정치를 실현해 왔다”면서 “안철수 전 교수뿐만 아니라 어느 후보와도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2013-03-1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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