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유신 40년] 대학에 부대 주둔… 언로 막히고 국회는 거수기 전락

[10월 유신 40년] 대학에 부대 주둔… 언로 막히고 국회는 거수기 전락

입력 2012-10-17 00:00
수정 2012-10-1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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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헌법 발표 이후 정치·사회 변화… 민주주의 실종 ‘겨울공화국’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존의 헌법을 폐기시키고 유신헌법을 발표한 이후 한국사회는 시인 양성우의 표현대로 ‘겨울공화국’의 가위에 눌려 지냈다. 대통령이 입법·사법·행정의 삼권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제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주권재민(主權在民)의 민주주의 이념은 실종되고 ‘군주주권(君主主權)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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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10·17 비상조치’의 결과물인 ‘유신헌법’에 대한 공포식이 같은 해 12월 27일, 지금은 헐리고 없는 서울 경복궁 앞 중앙청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1972년 ‘10·17 비상조치’의 결과물인 ‘유신헌법’에 대한 공포식이 같은 해 12월 27일, 지금은 헐리고 없는 서울 경복궁 앞 중앙청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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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체제가 본격화한 1973년 7월 25일 서울 대한극장에서 열린 ‘노동사업 계몽대회’에서 ‘유신’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 모습.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유신 체제가 본격화한 1973년 7월 25일 서울 대한극장에서 열린 ‘노동사업 계몽대회’에서 ‘유신’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 모습.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유신시절 내내 박 전 대통령은 긴급조치를 발표해 항시적 계엄상태를 유지했고 대학에는 부대가 주둔했으며 언로가 막히고 국회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권력의 공격을 받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반유신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준 시기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정치권과 재야인사들이 반유신 운동을 벌였던 것은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이 10월 17일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대학에 휴교조치를 내리고 저항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구속에 나서면서 이들은 한동안 숨을 죽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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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저항의 계기가 된 것은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대학생 300여명이 10월 2일 일제히 반정부 시위에 나섰고 이를 필두로 전국 각 대학에서 반유신 학생시위가 꼬리를 물었다. 종교계와 언론계도 유신반대운동에 동참했다.

유신은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인민혁명당 사건, 1979년 부마민주화항쟁을 거치며 정치·사회·노동·학계·종교계 등 각계의 대대적인 저항을 불러왔다. 민청학련 사건은 단일 사건으로는 해방 이후 사상 최고의 검거 기록을 남겼는데, 당시 검거돼 조사받은 인사만 1200여명이다.

재야세력의 강한 결속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의 죽음과 함께 유신체제가 막을 내린 뒤에도 민주화 운동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

유신에 대한 평가는 보수·진보 진영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민주진보진영은 사회양극화, 지역감정, 정경유착과 부정부패가 유신 시절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고속 성장을 위해 재벌 기업에 각종 특혜를 주는 과정에서 정경 유착과 부정부패가 고착화됐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됐으며 통치의 수단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면서 지금의 지역갈등을 낳았다는 것이다.

반면 유신 지지자들은 소모적 정쟁을 피하고 국력을 집중해 중화학공업을 국책사업으로 육성시켜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2012-10-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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