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자제하면서 도발수위 따라 태도전환 가능성
일본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관련 발언을 계기로 ‘불퇴전 결의’를 다지면서 전방위 공세를 펴는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응 태도가 바뀔지 주목된다.정부는 그간 일본의 잇따른 공세가 독도의 국제분쟁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판단, 독도 영유권에 대한 단호한 입장은 밝히면서도 과도한 대응은 자제, 확전을 피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불퇴전의 결의로 대처하겠다”고 밝히고 21일 각료회의를 소집, 독도 관련 대응책을 논의키로 하는 등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어 우리도 공세적으로 맞대응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일단 정부 내에서는 일본의 ‘물리적 도발’을 금지선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 2010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쿠릴열도에 러시아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일본 외무상이 해당 지역 인근을 헬기로 시찰하는 시위를 한 바 있는데 이런 식의 물리적 도발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물리적인 도발 유형으로는 독도 인근에 해양조사선ㆍ순시선 파견, 국회의원의 독도 방문 추진, 극우단체의 독도 상륙 시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일본이 물리적으로 도발하면 우리 국민의 반발도 과거와는 수준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도발로 국민 여론이 악화하면 정부의 대응 태도 역시 강경하게 바뀔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정부는 이미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해 확고한 국토 수호의지를 보였고, 일본의 도발 의도가 뻔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에서는 일부 각료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한일 통화스와프 축소 검토, 사회문화 교류 축소 검토 등의 보복조치 움직임이 있지만, 정부는 일본이 우리에 통보한 국제사법재판소(ICJ) 안에 대해서만 외교부 대변인 논평으로 공식 대응했다.
정부의 이런 기조는 양국 갈등에도 우리 상품의 대일수출 및 기업활동에는 큰 영향이 없고 독도를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어 일본의 반발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물리적 도발은 사실상 한일관계 파탄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 일본이 쉽게 이 카드까지 꺼내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물리적 도발 역시 국제분쟁화 전략에서 나온 것이므로 일본이 국익 차원에서 대응 방법과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ICJ 제소 제안을 외교문서로 통보하고 이후에도 계속 양자협의를 압박하면서 각종 대한(對韓) 보복조치를 취하고 이에 맞물려 국민의 반일감정이 악화하면 정부 태도도 공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가 과도하게 대응해서 확전시킬 필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일본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우리가 수세적으로만 나가면 국민이 좋아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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