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사례 적고 연구 뒷받침 안 돼
막대한 의료비 들지만 지원 ‘사각’
“뒤늦게 인정된 경우엔 소급 필요”
의료비 지원을 위해 희귀질환 지정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건수가 5년간 110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국내 발병 사례가 적어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인 질환은 아직 연구가 부족해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2018년부터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 사업을 시작하고 해마다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이 22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질병관리청의 ‘연도별 희귀질환 미지정 심의건수’를 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환자들이 희귀질환 지정을 신청했지만 인정되지 않은 경우는 1538건(사유 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이미 지원 대상인 경우(451건)를 제외하면 1087건이 기각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매년 환자들의 신청을 받아 30~80여개의 희귀질환을 국가관리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심사에서 떨어져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도 상당한 것이다.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산정특례(치료비 90~100% 지원)를 적용받지 못하는 등 ‘재정 보호막’에서 소외된다.
현실적으로 환자들의 신청을 모두 받아 줄 순 없지만 학계 연구가 뒷받침되지 못해 희귀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잖다. 질병청은 희귀질환 신청 기각 사유를 7가지로 구분하는데 ▲진단기준이 확립돼 있지 않거나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경우(전문가 보충의견이 필요한 경우 포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5년간 진단기준이 없어 희귀질환 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262건,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게 원인인 경우는 23건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한욱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학의 발달로 뒤늦게 희귀질환으로 인정받는 환자도 많은데 이런 경우 환아 가족이 이미 막대한 의료비를 지출한 만큼 소급해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애매한 기준 탓에 희귀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가 많다”며 “희귀질환 지정 심사 시 전문가 자문을 확대하고 질환별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24-08-23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