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휘둘린 백년대계… 교권 추락으로 인격적 만남 무너져

정치에 휘둘린 백년대계… 교권 추락으로 인격적 만남 무너져

입력 2023-01-01 20:32
수정 2023-01-0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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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자사고·교과서 등 정권 따라 뒤집기
계획 논의할 국가교육위 ‘거수기’로
이전 정책 적대시 대신 지속적 토론
교권·인성교육 붕괴된 교실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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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폐지하고 2025년 이 학교들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애초 선별적·단계적 폐지였던 공약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겪으며 ‘고교 스펙 쌓기’ 논란이 과열되자 갑자기 ‘완전 폐지’로 급선회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 평가에서 탈락했던 일부 자사고가 소송 끝에 부활하는 등 혼선이 계속됐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의 일괄 폐지 정책을 백지화하겠다고 나섰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몇 년 새 정권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롤러코스터를 탄 형국이었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치 과잉’을 꼽았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책임질 구성원들을 키워 내는 교육이 정권의 이념적 지향에 따라 휘둘리면서 ‘백년대계’는커녕 한 치 앞을 예상하기도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충분한 의견 수렴과 연구 없는 즉흥적 정책 도입, 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정책 뒤집기는 교육 분야에선 치명적이다.

특히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집권 세력은 연례행사처럼 교과서 손보기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교과서’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정교과서 개편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단어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민주주의’로 되돌렸다. 윤석열 정부의 2022년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다시 ‘자유민주주의’가 됐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일 “교육 문제는 매년 나오는 것이지만 또 한 해의 과제가 아니라 장기간 검토해야 하는 과제”라며 “전 정부의 교육정책을 ‘악의 축’으로 보고 적대시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장기 계획이 필수적인 교육정책의 특성을 고려해 국가교육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교육부가 주도하는 정책에 손을 들어 주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정치권은 무책임하게 정책 이슈를 던지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도 문제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한 살 낮추는 학제 개편과 교육감 선거 제도 개편 등 굵직한 이슈들이 갑작스럽게 나왔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갑자기 교육감 선거 얘기가 나왔다. 대통령이 얘기했다고 정부가 밀어붙일 내용이 아니다”라며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1년 정도를 목표로 연초부터 토론해야 한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당국이 이러한 문제로 논란을 겪는 사이 공교육은 민주시민 양성과 전인적 성장을 위한 인성교육 등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교권 붕괴’ 현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는 2019년 2662건에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년 1197건으로 줄었으나 2021년엔 2269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학기에만 1596건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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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이미 교권이 무너졌다. 학생들이 교사를 인정하지 않고 교사들은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고소·고발을 해 버리지 않느냐”면서 “교육의 전제 조건은 인격적 만남인데, 지금은 인격적 만남 자체가 붕괴됐다”고 짚었다. 임 교수도 “혐오와 학대 등이 우리 사회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과 같은 교육과정에서는 공부는 잘해도 인성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2023-01-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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