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단독] “고통 덜어 주는 것과 안락사는 전혀 다른 얘기…이상적 사례로 정책 만들 순 없다”[금기된 죽음, 안락사④]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23-07-24 01:18
수정 2023-07-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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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김 美 연구원의 일침

<4> ‘조력사망은 최선이 될 수 없다’ 외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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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김 미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
스콧 김 미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죽어 가도록 내버려 둘 것입니까? 아니면 안락사를 허용할 것입니까? 안락사는 그렇게 접근할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생명윤리학 박사인 스콧 김 미국립보건원(NIH) 선임연구원은 안락사 및 조력자살 허용 논의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분명히 드러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사례를 연구해 온 그는 안락사 허용 범위가 차츰 넓어지다가 최근 캐나다 등에선 정신질환으로까지 확대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박사는 “안락사 문제는 공공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이상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①의사 표현이 명확한 사람이 ②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죽어 가다가 ③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다는 ‘이상적이고 개별적인’ 사례를 묶어 “이렇게 안타까우니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윤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정책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정책은 향후 우리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영향을 받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며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인지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NIH의 승인을 받아 이메일로 두 차례 진행됐다. 다만 김 박사 개인적 견해로 미국 정부나 NIH 입장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는 일이라 해도 죽음을 돕는 행위가 의사의 윤리와 역할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한다.

“고통을 줄여 주는 것과 안락사를 허용하는 것, 우선 이 두 가지를 구분하자. 안락사 운동은 고통을 완화하자는 게 아니라 자기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이 통증 완화가 아니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락사가 의료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철학적 선택의 문제라면 이를 돕는 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존엄사법 연례 보고서를 보면 1998~2022년 조력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율성 상실’(90.3%)이었다. 이어 ‘삶을 즐길 수 있는 활동력 감소’(90.0%), ‘존엄성 상실’(71.7%), ‘가족이나 간병인에 대한 부담’(48.0%)이 꼽혔고 ‘통증 조절 또는 그에 대한 걱정’은 28.0%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미국은 10개 주에서 조력자살을 시행하고 있고 다른 주에서도 도입 움직임이 있다. 미국 의료계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

“미국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안락사가 의학적 문제인지조차 논란이 있다. 세계의사협회(WMA)와 미국의사협회(AMA) 모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 의료윤리강령에는 의사조력자살에 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를 보면 의사들은 조력자살에 관한 견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의사 개인은 전문가적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의사조력자살은 근본적으로 치료자인 의사의 역할과 양립할 수 없으며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반대 쪽에 무게를 실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안락사 도입에 앞서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각각 병행 추진돼야 한다고 보나.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락사를 선택지로 주는 것은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하기도 전에 팔다리를 절단하겠느냐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아닌데도 안락사를 선택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캐나다를 보면 일반적인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안락사를 선택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캐나다에서는 내년 3월부터 정신질환자도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다.(김 박사는 캐나다에서 관련 법을 개정할 때 의회 증언을 비롯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캐나다에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많은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거라고 확신한다. 정신질환은 치료의 불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없고, 죽음에 대한 환자의 욕구도 일정하지 않다. 벨기에에서 안락사를 신청한 정신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일부는 안락사 자격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고통을 인정받았다’며 마음을 바꿨다. 캐나다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 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지켜보며 당혹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안락사를 임종 방식의 하나로 선택할 의향이 있나.

“이 질문은 거절하겠다. 안락사는 개인적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더라도 공공 정책으로 안락사를 도입하는 건 취약계층에겐 재앙이 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도 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장애가 있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 대신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들을 ‘국가가 승인한 사망 대상’으로 분류하는 건 다시 생각해야 한다.”

● 스콧 YH 김 박사는 누구

미국 하버드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시카고대에서 도덕철학(칸트윤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성인정신의학을 전공한 정신의학 및 생명윤리 분야 전문가다. 2013년 7월부터 미국립보건원(NIH)의 종신 선임연구원으로 있다. 안락사 및 의사조력사망을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로 연구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 학술지와 책에 20여건의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1973년 가족과 미국으로 갔으며 한국 이름은 김영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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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부 유영규 부장, 신융아·이주원 기자
2023-07-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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