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서울시 노후 상하수도관 교체보다 광범위한 지반조사 먼저 해야 마땅”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서울시 노후 상하수도관 교체보다 광범위한 지반조사 먼저 해야 마땅”

이성원 기자
입력 2015-10-25 23:02
수정 2015-10-2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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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지질 연구소 전문가들 조언

“도시의 설계와 건축에 있어 지질에 대한 정보는 필수입니다. 정부와 건설업자들이 무엇보다 우선해 지질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질과 관련한 규제가 지나치게 완화된 데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저의 잘못도 큽니다.”

마틴 커쇼 영국 버밍엄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노팅엄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싱크홀 현상이 잇따르는 것은 지질학자들이 충분히 경고하지 못한 탓”이라고 자책했다. 커쇼 명예교수는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국지질연구소 등에서 40여년간 연구를 해 온 석학이다. “영국과 같은 도시개발과 계획의 전통이 깊은 곳마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도시 개발 시 지질조사에 대한 의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취한 건 잘못된 정책입니다.”

커쇼 명예교수는 자신이 만약 서울에 온다면 “싱크홀이 대거 발견된 곳부터 지질 연구를 충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질 조사 대상을 점차 확대해 다양한 땅속 지도를 만들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배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땅속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지오 해저드’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과학자와 정부의 정보 공유와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도 마찬가지인데 가장 큰 문제는 지질학자와 정부 간 상호교류와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정부가 지질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이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하수관 노후화가 싱크홀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 정부 측 입장에 대해 버네사 뱅크스 영국지질연구소 수문지질학 박사는 “상하수관 노후화는 싱크홀 발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잘라 말했다. 상하수관에서 물이 샌다고 반드시 그 주변에 싱크홀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뱅크스 박사 역시 “노후화된 상하수관을 교체하기 전에 선행돼야 하는 건 서울의 광범위한 지반 조사”라면서 “충적층(모래) 등 상하수관에서 물이 샜을 때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 위주로 상하수관을 교체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 모든 지역의 오래된 상하수관을 교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앤드루 패런트 영국지질연구소 지질학 박사는 “지반이 불안정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면 건물을 지을 때 건물 바닥에 단단한 플라스틱 망을 깔아 둔다든지 싱크홀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시공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노팅엄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5-10-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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