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밀고 지방은 당기고… 데이터센터 밀당[데이터센터의 명암]

수도권은 밀고 지방은 당기고… 데이터센터 밀당[데이터센터의 명암]

이성진 기자
입력 2026-08-23 23:28
수정 2026-08-2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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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혐오시설인가 혁신 인프라인가

AI 확산으로 전국 곳곳에 건설 추진 중
“사회적 합의 없이 증설만 매몰”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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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지난 19일 금천구청 앞에서 ‘데이터센터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데이터센터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지난 19일 금천구청 앞에서 ‘데이터센터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데이터센터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으며 전국 곳곳에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증설에만 매몰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는 주거환경을 위협하는 ‘기피시설’로 반발을 사고 있다. 지방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첨병으로 환영받지만 실효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이처럼 상반된 평가를 받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자는 취지로 국내외 사례, 기술적 대안, 해법을 총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특혜 요구도 법 위에 서려는 것도 아닙니다. 안전하고 평온하게 살겠다는 겁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주민 김모씨는 지난 14일 오전 금천구청 앞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집회에서 ‘데이터센터 결사반대’ 피켓을 들며 이같이 말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이었지만 김씨는 오전 8시 20분부터 40여분간 구 및 구의회 관계자들의 출근길 앞에 섰다. 소형 스피커에서는 “우리 동네 우리가 지켜낸다”, “아이들을 위해 동네를 지켜라” 등의 노랫말이 반복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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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수전용량 4.98㎿ 규모의 데이터센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지훈 기자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수전용량 4.98㎿ 규모의 데이터센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지훈 기자


독산동 주민들은 지난 2월부터 평일 오전마다 금천구청 앞에 모여 지난해 10월 금천구청역 인근에 착공한 수전용량 4.98㎿ 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을 막아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날로 172일째 지속된 집회에는 많게는 50여명의 주민이 참여한다. 데이터센터 시행사와 주민 간에 송사도 생겼다.

독산동 데이터센터는 2900여 가구 아파트 단지와 어린이집, 학교, 구민체육센터 등 공공시설이 밀집한 곳에 건립 중이다. 

AI인프라 유치 놓고 반응 ‘극과 극’

금천 “주거지에 건설 안 돼” 반대
동해는 최대 120조 투자·고용 기대

지방으로 갈수록 통신비 부담 커져
국내 데이터센터 60% 수도권 집중
일자리 창출 효과 입증 사례는 부족
주민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센터 전자파와 각종 전자 설비의 화재 위험성, 옥상 냉각설비서 뿜어져 나올 열기 등은 사전에 모두 예측하기도, 통제할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시행사 측은 구의 중재로 지난 2월부터 한 달 이상 건설을 중단하고 건축물 안전 점검도 했지만 주민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인허가 기준 금천구 내 데이터센터는 5곳으로 현재 전국 자치구 중 가장 많다. 독산1동 데이터센터반대 비대위원회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주거지 인근이 아닌 산업단지나 바닷가 등 외곽에 짓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찾은 강원 동해시는 독산동과 정반대였다. 지난 6월 말 GS가 북평제2일반산업단지에 초대형 데이터센터(2.4GW급)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직후 거리 곳곳에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렸다. 최대 120조원이 투입되는 데이터센터는 빠르면 오는 10월 착공해 2029년까지 2단계에 걸쳐 지어진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4년간 투입 인원은 총 7만명, 데이터센터 가동에 따른 상주 직원은 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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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곡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한창옥(69)씨는 “대기업이 들어오면 당연히 인구가 늘고 돈이 돌고 상권이 살아날 것 아니냐”며 “공사 기간에는 근로자들이 북적거려 장사에 숨통이 트이고, 공사 뒤에도 직원들이 상주하니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50여 객실을 갖춘 숙박업소 대표 엄재철(58)씨는 “공사 관련 업체와 장기 사용 계약을 맺기 위해 세탁과 청소 서비스, 음식점과의 제휴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양섭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동해시지회장은 “임대용으로 쓸 건물의 신축 부지를 물색하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여기는 원래 월세 물건이 부족한데 공사에 들어가면 임대 수요가 크게 늘어 물건을 더 찾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청년들의 기대도 크다. 취업준비생 최근혜(29)씨는 “많은 친구들이 타지로 나가는 이유가 대부분 취업 때문인데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굳이 고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나도) 당연히 도전해 볼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북평제2산단은 반경 1㎞ 안에 주택이 거의 없어 소음, 진동, 발열로 인한 피해가 비교적 적을 전망이다. 전억찬 강원경제인연합회장은 “민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화력발전소가 있어 전력도 충분하다”며 “인구가 갈수록 줄어 도시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가 건립돼 사람을 불러들이고, 지역경제를 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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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데이터센터에 따른 고용 효과는 아직 실증된 사례가 많지 않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는 데이터센터를 유치한 지역에서 건설 기간에는 고용이 크게 늘지만, 이후 운영 인력을 보면 평균적으로 100~200개 정도의 일자리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곽준수 동해시의원도 “데이터센터가 실질적으로 지역에 어떠한 효과가 있을지 냉철하고 면밀하게 분석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AI 연구소·대학 연구센터, AI 스타트업·기업, 로봇·바이오·반도체·제조업, 지역 인재 양성 등 생태계가 조정되어야 실제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데이터센터 수요처인 기업과 클라우드·정보기술(IT) 서비스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통신 회선 요금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기피시설로 반발을 사면서도 정작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몰리는 역설이 반복된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165곳의 데이터센터 중 60%(99곳)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산업통상부는 2029년 전체 데이터센터의 약 80%가 수도권에 몰릴 것으로 전망한다.

박승진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장, ‘중랑창업지원센터 복합 건립’ 착공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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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의 명암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이선미 참여연대 기획팀장은 “혁신 산업 인프라 등이란 인식과 이에 대한 기대감 등이 6·3 지방선거에도 반영됐다”면서도 “다만 국내의 경우 상대적으로 해외만큼 데이터센터가 이슈화되지 않아 부작용보다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앞선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세줄 요약
  • 수도권 데이터센터, 주거지 인근 반발 확산
  • 지방은 투자·고용 기대 속 유치 경쟁 가열
  • 실제 일자리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
2026-08-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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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실증된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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