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6통씩 보내던 후원자, 3통으로 줄였어요”

“분유 6통씩 보내던 후원자, 3통으로 줄였어요”

박상연 기자
박상연 기자
입력 2022-07-25 18:04
수정 2022-07-2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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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시설 ‘베이비박스’ 하소연

치솟는 물가에 나눔 손길 급감
양육비 등 각종 비용 50% 증가
“하루하루 버티는 게 기적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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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 있는 주사랑공동체 교회가 운영하는 영아 임시 보호시설 ‘베이비박스’의 분유 창고 모습. 물가가 오르기 전에는 창고 3면이 꽉 차고 남을 정도로 후원받은 분유가 가득했지만 현재는 한 면이 텅 빈 상태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주사랑공동체 교회가 운영하는 영아 임시 보호시설 ‘베이비박스’의 분유 창고 모습. 물가가 오르기 전에는 창고 3면이 꽉 차고 남을 정도로 후원받은 분유가 가득했지만 현재는 한 면이 텅 빈 상태다.
3평 남짓한 창고 한쪽 선반은 분유 4~5통만 덩그러니 놓인 채 텅 비어 있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영아 임시 보호 공간 ‘베이비박스’의 분유 창고를 보여 주던 양승원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은 25일 “평소 분유통을 지금보다 2배는 더 쌓아 놓는데 요즘 경기가 워낙 어려워 분유 후원도 자연스레 줄었다”고 설명했다.

물가가 치솟으며 사회 취약 계층의 생활고가 심해지고 있다. 식비 등 필수 생활비가 커지면서 후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이가 많아져 후원에 의존해 운영하는 복지 시설도 고물가 충격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물가 위기가 사회 약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돼선 안 된다”며 약자와 취약계층에게 더욱 두텁게 지원할 것을 공언했지만 베이비박스 관계자는 “하루하루 버티는 게 기적”이라고 말했다.

주사랑공동체 재단법인이 운영하는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형편의 사람이 맡긴 위기 영아를 일시 보호하는 미인가 시설로 오로지 후원으로 운영한다.

베이비박스에서 물가 흐름을 가장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는 지표는 ‘분유’다. 양 사무국장은 “한 달 분유 소비량이 300통이 넘을 정도로 가장 많아 평소에는 창고 한가득 분유를 쌓아 둬도 금방 소진된다”면서 “항상 분유 6통씩 보내주던 정기 후원자께서 최근 3통으로 후원량을 줄이시면서 ‘요즘 물가가 올라 여유가 없다’며 죄송해하셨다”고 전했다.

실제로 분유 후원은 물가 인상 영향이 가시적으로 보이던 지난 4월부터 크게 줄었다. 지난 4~6월 주사랑공동체가 후원받은 분유 수량은 총 769통으로 지난 1~3월 후원량(1045통)의 73.5%에 불과하다.

이종락 주사랑공동체 대표는 “‘부족함 없이 아이들을 돌보자’는 신념으로 생활비를 줄이지 않고 운영하지만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 하반기를 어떻게 버틸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경제가 위축되면 마음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후원을 잠시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분들이 2배가량 많아져 물가 인상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덧붙였다.

후원금이 줄어드는 것은 운영비 단순 감축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취약 계층의 생활고로도 이어진다. 주사랑공동체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한부모 가정 긴급 지원이기 때문이다.

 
2022-07-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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