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위기로 한시 도입된 원격진료
의료붕괴 방지와 국민건강권 고민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면서 재택치료자도 5일 0시 기준 1만 5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에 마련된 재택치료 모니터링 상황실.
안주영 전문기자 jya@seoul.co.kr
안주영 전문기자 jya@seoul.co.kr
그나마 이들에 대한 재택치료도 지난해 12월 감염병예방법 개정으로 원격의료가 한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서 가능해졌다.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어 감염병 위기가 완화되면 원격의료가 끝난다. 미국이 1990년대 원격의료를 도입했고 프랑스(1990년), 중국(2014년), 일본(2015년) 등도 원격의료를 도입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를 더욱 장려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 상황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는 21년 전부터 원격의료 도입을 시도했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지식정보화 사회 구현을 위한 규제개혁’ 과제의 하나로 시작했고, 이후 모든 정부가 같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그때마다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 반대로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2018년 군부대와 원양어선, 교정시설, 의료인이 없는 도서벽지 등 4개 유형에 대해서만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방안이 논의됐었다. 의료계는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 의료 격차 확대, 안전성 문제 등을 우려한다.
의료계 반대는 이해하나 감염병 발생 시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원격의료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로 은평성모병원이 17일간 폐쇄됐지만 전화진료는 진행됐다. 원격의료를 농어촌 등 의료시설 접근이 어려운 곳부터 국민건강권 차원에서 적용하는 방안은 어떤가. 농어촌은 노인 인구가 많고, 고령층일수록 만성질환에 시달리지만 농어촌에 근무하려는 의사는 별로 없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원격의료가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의료계 지적대로 의료는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 안전성이 중요하다. 기술 발전과 안전성, 환자 편익, 위기상황에서 의료체계 보호 등의 관점에서 성숙하고 진지한 토론을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2021-12-06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