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예측불허… 전문가 진단
외교부 “특정 국가 현안 겨냥한 것 아냐”
한미 공동성명 파급력 애써 축소했지만
“대만 언급 땐 후폭풍도 계산했어야” 지적
“中 대응 없을거란 생각은 우리 희망일 뿐”美 “韓, 中 보복 땐 쿼드 참여할 수밖에”
문승욱(왼쪽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관계부처 장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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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언급된 한미 공동성명에 대해 지난 24일 중국 외교부가 “내정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는 공식 반응을 내놓은 데 이어 25일에는 한국 외교부가 입장을 내놓았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공동성명의 많은 내용은 특정 국가의 특정 현안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대만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지만 공동성명에 대만을 언급하기로 했다면 후폭풍에 대한 계산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중국 측 생각이 복잡해졌을 것이다. 당장 노골적인 반감을 표하면서 압박하지는 않겠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상응하는 대가를 취한다는 게 외교적 방침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희망적 사고”라고 말했다.
과거 사드 때 일방적으로 압박을 했다가 한국 내 반중 감정만 키우고 한미동맹 재평가로 이어진 ‘학습 효과’로 인해 우선은 원칙적 대응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한국과 필요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나서 그 결과에 따라 대응의 강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 협력·투자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사드 추가배치, 한미일 군사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삼불’(三不)에 대한 한국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등을 먼저 논의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중국의 압박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방향을 바꾸면 그때는 미국의 신뢰를 잃기 때문에 오락가락 행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대만, 남중국해 등 한미 공동성명에 언급된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그 선에서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게 좋다. 뒤로 물러나면 중국에 계속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대만 언급 문제로 한국에 보복하면 한국 역시 ‘쿼드’(미·일본·호주·일본 등 4개국 협의체)에 참여하는 쪽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24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중국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에 가한 정치·경제 보복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이 가혹하게 보복한다면 한국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쿼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김헌주 기자·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dream@seoul.co.kr
2021-05-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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