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와 품격, 오스카 빛내다

위트와 품격, 오스카 빛내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1-04-26 22:34
수정 2021-04-2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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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윤여정, 아카데미 첫 연기상

102년 한국영화 새 역사… 亞배우 두 번째
“정이삭 감독은 우리 선장이자 나의 감독
운이 좀더 좋아서 여기 있다” 소감 밝혀
오스카 트로피 거머쥐고 함박웃음
오스카 트로피 거머쥐고 함박웃음 배우 윤여정씨가 26일(한국시간)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뒤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첫 한국 배우이자 아시아 배우로서는 역대 두 번째다. 특히 올해는 그의 연기 인생 55년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국민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을 전한 윤씨에게 영화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이 축하를 보냈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 연합뉴스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다.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많은 유럽인들은 날 ‘여영’이라고 하거나 그냥 ‘유정’이라고 부르는데, 오늘만은 여러분 모두 용서해 드리겠다.”

배우 윤여정(74)씨가 2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모두가 기대했던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던졌다. 이날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그는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첫 한국 배우로서 102년 한국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아시아 배우로서는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역대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와 경쟁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들은 모두가 쟁쟁했다.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는 이미 8번이나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른 노장이고,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는 다른 영화상에서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윤씨는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우리 사회에 사실 경쟁이란 있을 수 없다. 그저 내가 운이 좀더 좋아서 여기 있다”는 말로 호응을 끌어냈다. 특히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스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느냐”고 할 때는 클로스가 흐뭇한 표정으로 경청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윤씨는 ‘미나리’에서 함께한 배우들 이름을 호명하고 제작진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며 “우리의 선장이자 나의 감독”이라고 했다. “자꾸 일하러 나가라고 하는 두 아들”과 영화 데뷔작 ‘화녀’의 김기영 감독에게 전하는 특별한 감사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김 감독을 “내 첫 감독”이라고 소개하며 “그는 천재 감독이다. 살아계셨다면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에 정착한 한인 가족을 그린 영화에서 윤씨는 딸의 아이들을 돌보러 미국에 온 할머니 순자 역을 맡아 특유의 쾌활함과 인간적인 매력을 보였다. 외신들은 이날 “재치 있으면서 시사하는 바가 큰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로이터), “한국에서는 이미 걸출한 배우”(AP) 등 윤씨를 집중 조명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1-04-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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