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스피킹 인 텅스’로 5년 만에 복귀한 배우 이승준
영화 ‘최종병기 활’ ‘명량’ ‘카트’, 드라마 ‘나인’ ‘막돼먹은 영애씨’ ‘연애의 발견’ ‘미생’ ‘전설의 마녀’…. 최근 2~3년 사이 쏟아진 화제작이라는 점 외에 배우 이승준(41)이 얼굴을 내비친 작품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진지함과 편안함 사이를 오가는 얼굴은 따뜻하고 든든한 친구(‘나인’), 철부지 바지사장(‘막돼먹은 영애씨’), 충직한 장군(‘명량’) 등 변신을 거듭하며 존재감을 키워 나가고 있다.5년 만에 복귀한 연극 무대에서 호평받고 있는 배우 이승준. 영화와 드라마에서 ‘신출귀몰’하는 배우이지만 “좋은 작품만 있다면 연극 무대를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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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남이자 경찰인 동시에 살해 용의자까지 연기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 ‘스피킹 인 텅스’는 카멜레온 같은 그의 연기 내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무대다. 배우 네 명이 아홉 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연극에서 그는 불륜남이자 경찰인 레온과 살해 용의자 닉 사이를 오간다. 불륜을 저질러 놓고 오히려 아내를 추궁하는 남자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남자, 용의자를 비아냥대는 경찰까지 장면마다 전혀 다른 얼굴로 무대에 오른다.
‘스피킹 인 텅스’는 그가 5년 만에 다시 찾은 연극이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1996년 연극판에 뛰어든 그는 15년 가까이 대학로의 소극장 무대에서 땀을 쏟았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명품 조연’으로 주가가 치솟고 있는 그가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온 건 “좀 더 뜨거운 것을 느끼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연극판을 떠나 있는 동안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살아 있는 느낌, 에너지를 얻고 싶었죠.”
대학 졸업 후 그는 이기도 연출이 이끄는 ‘인혁’의 단원으로 연극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흉가에 볕들어라’를 시작으로 ‘에비대왕’ ‘파행’ 등 연극계에서 이름난 작품들에 출연했다. 배우 한명구, 오달수, 손병호 등 쟁쟁한 선배들과 호흡하는 기회도 얻었다. “하는 작품들마다 연극제의 상을 많이 받았어요. 전성기였죠(웃음).”
●“살아있는 느낌, 에너지를 다시 얻고 싶었다”
극단을 나온 뒤 출연했던 ‘관객모독’과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그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극단 골목길과의 작업은 ‘충격의 연속’이었다고 돌이켰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엠티를 갔어요. 대본도 안 나와 있었는데 신나게 놀았죠. 첫 연습이라고 해서 갔더니 제 대사는 단 3줄만 나와 있었어요.” 그는 이 연출과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을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스승”으로 꼽았다. “극단 인혁에서 활동할 때는 캐릭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본기를 배웠어요. 다소 경직돼 있었다고 느낄 때쯤 극단 골목길에서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얻었죠. 참 운이 좋았어요.”
●“연극 무대서 쌓은 내공이 ‘명품 조연’의 밑거름”
어떤 작품, 어떤 배역에도 녹아드는 ‘명품 조연’이 되기까지 연극판에서의 경험이 밑바탕이 됐냐는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 않았지만 두세 달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과정에서 선후배들과 부대끼며 즐거웠던 시절이었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 정확하게 구축하던 경험이 분명 드라마와 영화로 이어지고 있을 겁니다.” 7월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수현재씨어터. 전석 5만원. (02)766-6506.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5-06-0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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