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m 넘는 낙서, 석재 상태 달라 어려움 컸다”

“36m 넘는 낙서, 석재 상태 달라 어려움 컸다”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24-01-05 00:25
업데이트 2024-01-05 00:2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경복궁 낙서 제거’ 이태종 학예사

하루 평균 29명 ‘전문 인력’ 투입
공정률 80%… 날 풀리면 마무리
복구비 1억, 훼손범에 청구 방침

이미지 확대
이태종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가 4일 서울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담장 낙서 복원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태종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가 4일 서울 경복궁 영추문 앞에서 담장 낙서 복원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추운 날씨 때문에 힘들었죠. 복구에 사용하는 장비나 재료가 추위에 취약하니까요.”

4일 서울 경복궁 영추문 담장 앞에서 만난 이태종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는 경복궁 담장 낙서 사건 후 복구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 연구사는 “낙서 범위(총 36.2m)가 워낙 넓어서 많은 인력이 투입됐고 석재 상태도 제각각이라 어려움이 컸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6일 경복궁 담장에 스프레이 낙서가 생긴 후 이 연구사 등이 진행한 보존 처리 작업은 한파를 피해 총 8일간 진행됐다. 영추문 쪽은 비교적 석재 상태가 고른 편이라 ‘미세 블라스팅’ 공법만으로 정리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국립고궁박물관 쪽문이었다. 좌우 담장 상태가 달라 공법도 달리 적용해야 했다. 좌측은 석재 상태가 나빠 레이저 클리닝을 반복해야 했다. 반면 우측은 석재는 괜찮았는데 범위가 넓었다.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병행한 뒤 색 맞춤을 진행해 1단계 보존 처리를 완료했다.
이미지 확대
말끔해진 경복궁 담장
말끔해진 경복궁 담장 지난달 경복궁 고궁박물관 인근 담장에 스프레이로 칠한 낙서(위)가 보존 처리 작업을 통해 지워진 모습(아래)이 4일 일반에 공개됐다. 현재까지 공정률(복구 진행률)은 80% 정도로 정면에서 보면 말끔하게 지워진 것 같지만 세부적으로 없애야 할 오염이 아직 남아 있다. 문화재청은 추운 날씨에 무리하게 복구 작업을 진행하면 담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오는 4월 이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도준석 전문기자·연합뉴스
현재 공정률은 80%다. 추운 날씨에 더 무리하면 담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마무리는 오는 4월 이후에 지을 예정이다. 이 연구사는 “정면에서 보이는 건 얼추 제거했지만 측면에서 보이는 오염 물질을 어떻게 깨끗하고 조화롭게 없앨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라며 “날이 좀 풀리고 처리하는 부분이 비를 맞고 나면 다시 손봐야 할 상황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또 이날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복궁 담장 낙서 후속 조치 현황과 문화재 훼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재료비는 총 2153만원이다. 여기에 하루 평균 29.3명의 보존 전문 인력이 투입됐다. ‘문화재 수리 표준 품셈’ 등을 고려했을 때 8일간 인건비 총액은 8000여만원으로 추산된다. 합쳐서 1억여원이 들어간 셈이다.

경복궁 측은 수사 상황을 지켜보며 담장을 훼손한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청구비용의 정확한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실제 비용 청구가 이뤄지면 문화재를 훼손한 사람에게 복구 비용을 물게 하도록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한 2020년 이후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비슷한 문화재 훼손 사례를 막기 위해 문화재청은 경복궁 등 4대 궁궐과 전국에 있는 국가유산에 폐쇄회로(CC)TV를 확대 설치하고 ‘문화재 훼손 신고’ 제도를 널리 알리는 한편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도 검토할 예정이다. 순찰·훼손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 증원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글·사진 오경진 기자
2024-01-05 20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