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도쿄 류재민 기자
일본 도쿄도에서 성병인 매독 감염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당국이 감염 예방을 당부하고 나섰다.
9일 일본 후지 뉴스 네트워크(FNN)에 따르면 도쿄도 내 매독 감염자 수는 올해 들어 2400명이 넘었다. 9월 1일까지의 기준치로는 2460건에 달해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3701건)와 비슷한 수준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감염자는 남성이 70%, 여성이 30%다. 연령대별로는 남성은 20~50대, 여성은 20대에서 증가가 두드러졌다. 감염자 중에서도 상대가 특정돼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례도 있고 감염 후 몇 년이 지나도 자각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도쿄도 위생국 관계자는 “근 3년 정도 과거 최다를 갱신할 정도로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매독의 특징은 자각 증상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사람에 따라 무증상일 수도 있다”면서 “몸 안에서는 매독균이 늘어나 사람에게 감염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도는 신주쿠나 다마 지역에 검사·상담실을 설치해 익명·무료로 매독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2021년부터 매독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매독은 스피로헤타과에 속하는 트레포네마 팔리듐균에 의해 발생하는 성병으로 성관계에 의해 주로 전파된다. 상처가 난 상태로 입맞춤 등 점막 접촉 과정에서도 전염될 수 있다.
매독 감염 후 1개월 정도 지나면 감염 부위에 발진이 생기며 나중에는 매독균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손바닥과 발바닥 등에도 발진이 생긴다. 발진이 소멸하더라도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매독균이 체내에 잠복하다가 수년 뒤 심장과 신경 등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임산부가 매독에 감염될 경우 태아에게 병원균이 감염돼 조산이나 사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가 무증상으로 태어나더라도 이후 뼈의 변형이나 난청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매독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혼란기인 1948년 감염자가 연간 22만명에 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항생제 페니실린이 보급된 이후로는 감염자가 크게 줄었다. 1967년 연간 1만2000명에 이르렀던 감염자 수가 1997년에는 연간 500명 수준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2011년부터 증가세로 다시 돌아선 후 추세가 갈수록 가팔라졌다.
일본에서는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에 의한 전파, 각종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교제 방식 다양화 등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제한됐던 유흥업소 이용이 엔데믹 후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일부 의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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