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EPA 연합뉴스
11일 주간아사히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최근 자신이 속해 있는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파’ 출신의 전직 총리를 만나 ‘퇴임 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아사히는 자민당 간부의 말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언론에서도 난타당하면서 아베 총리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임기가 만료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완주가) 어렵다. 내년 여름에 올림픽이 반드시 열린다는 보증도 없다. 숙원인 헌법 개정도 코로나19로 인해 진척될 것 같지 않다. 올 연말까지는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 본인도 물러날 때를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도 같은 파벌 출신의 총리 경험자를 은밀히 만나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역시 퇴임 시기였던 듯하다.”
이 간부는 오랫동안 관저(총리실)를 떠받들어온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의 불협화음이 자주 보도되는 등 자칫 잘못하면 아베 총리 자신이 퇴진 압박에 내몰릴 수 있다는 불안한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대책 마련 과정에서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버젓이 일부 야당 의원들과 협력해 현금 지급, 소비세 감세 등을 요구하는 등 아베 총리가 기세등등했던 ‘아베 1강’ 시대에는 없었던 광경이 나타나고 있다.
자민당의 한 중견의원은 “아베 정권은 아무리 길어봐야 내년으로 끝“이라는 소장파 의원들의 목소리도 부쩍 커지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등 일부에서 아베 총리가 내년 9월 말 임기 만료 이후 다시 총리를 할 수 있도록 현행 ‘총재(총리)직 3연임까지’로 규정하고 있는 당 내부 규정을 ‘4연임까지’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이에 대해 일찌감치 쐐기를 박으려는 것이다.
부인인 아키에의 코로나19 관련 이동자제 요청 속 지방여행 등에 대한 불만도 당내에서 분출되고 있다. 주간아사히는 “이렇게 중요한 때 아내 통제도 제대로 못한다.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을 받고) 아내를 감싼 것도 볼썽사나웠다”는 자민당 의원의 말을 전했다.
주간아사히는 “아베 총리는 요즘 저녁모임도 일절 갖지 않는 가운데 관저 안에서 고립감이 두드러지고, 길게 한숨을 내쉬는 모습도 목격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그에게 ‘황혼’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듯하다”고 전망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