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안 쓰는 어려운 단어 등장… 사죄 수준 놓고 한·일 뉘앙스 차 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4일 패전 70년을 하루 앞둔 아베 담화에서 ‘회오(悔悟)의 염(念)’이라는 어려운 말을 썼다.아베 총리는 “어떠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도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는 두 번 다시 써서는 안 된다. 식민 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하고 모든 민족의 자결의 권리가 존중되는 세계가 돼야 한다”면서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회오의 염과 함께 일본은 그렇게 맹세했다”며 회오라는 단어를 등장시켰다.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 때 아키히토 일왕이 환영 만찬에서 ‘통석(痛惜)의 염’이란 단어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현했는데, 사죄의 수준을 놓고 논란이 된 바 있다. 일본에서는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인데, 한국에서는 “몹시 애석하다”는 뜻으로 뉘앙스와 격이 달라 사죄의 단어로 모자란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아베 총리도 일왕이 썼던 ‘통석의 염’을 이날 담화에서 한 차례 표현했다.
아베 총리가 쓴 회오란 단어는 한국 사전에는 “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으로 돼 있다. 일본 사전에는 “자신이 한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후회하는 것”이라고 풀이돼 있다. 일본에서는 담화 직후 ‘회오의 염’이 인터넷에서 실시간 검색어로 급상승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도 “잘 들어 보지 않은 단어”라고 큰 관심을 모았다.
도쿄 황성기 특파원 marry04@seoul.co.kr
2015-08-15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