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철군 약속 없던 일로?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 연장

푸틴, 철군 약속 없던 일로?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 연장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2-21 00:05
수정 2022-02-2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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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국방부 ‘연합의 결의 2022’ 종료 연기
돈바스 상황 등 악화 이유… 연장 기한 명시 안해
3만 러시아군 주둔 연장에 우크라 침공 우려 고조
우크라군 공격에 돈바스 지역 민간인 사망 주장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왼쪽) 벨라루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EPA·AP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왼쪽) 벨라루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EPA·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종료 예정이던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훈련 ‘연합의 결의 2022’를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상황 악화를 핑계 삼아 훈련이 끝나면 병력을 철수하겠다던 약속을 러시아가 사실상 깬 것으로 풀이된다.

타스·인테르팍스·AFP통신 등에 따르면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텔레그램을 통해 “‘연합 국가’(러시아·벨라루스)의 외부 국경 근처에서 군사 활동이 증가하고, 돈바스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벨로루시와 러시아의 대통령은 훈련을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맹국 이상의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0년대 말부터 연합 국가 창설을 추진해오고 있다.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 AP 연합뉴스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 AP 연합뉴스
흐레닌 장관은 앞으로 이어질 훈련은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군이 외부 세력의 위협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지 점검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장된 훈련이 언제 종료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 측은 이와 관련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 해병대 소속 병사가 벨라루스 오부즈레놉스키 훈련장에서 열린 러시아군·벨라루스군 합동 군사훈련에 참가해 훈련하는 모습을 19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했다. 양국의 연합훈련은 20일 종료될 예정이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AP 연합뉴스
러시아 해병대 소속 병사가 벨라루스 오부즈레놉스키 훈련장에서 열린 러시아군·벨라루스군 합동 군사훈련에 참가해 훈련하는 모습을 19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했다. 양국의 연합훈련은 20일 종료될 예정이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벨라루스군과의 합동 훈련을 위해 약 3만명의 병력을 벨라루스에 결집한 상태다. 우크라이나와 접한 브레스트주를 포함한 벨라루스 각지에서 진행한 훈련은 20일을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흐레닌 장관은 최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신속대응군의 준비태세가 향상되고, 연합 국가 인근에서 실시되는 서방의 훈련과 작전 횟수가 몇 배나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에서 화약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나기 시작했다”면서 “서방이 의도적으로 유럽을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19일(현지시간) 벨라루스의 오부즈레놉스키 훈련장에서 열린 러시아군·벨라루스군 합동 군사훈련에서 군용기 4대가 나란히 비행하고 있다. 오부즈레놉스키 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벨라루스의 오부즈레놉스키 훈련장에서 열린 러시아군·벨라루스군 합동 군사훈련에서 군용기 4대가 나란히 비행하고 있다. 오부즈레놉스키 A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벨라루스 주둔을 연기할 낌새는 전날에도 감지됐다. 알렉산드로 볼포비치 벨라루스 안보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140여㎞ 거리의 오부즈레놉스키 훈련장에서 열린 훈련 참관 후 기자들에게 “러시아군이 내일이나 모레 러시아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볼포비치 위원장은 다만 벨라루스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부인했다. 그는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고 있느냐’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벨라루스인들은 2차 세계대전에 진저리가 났기 때문에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 로이터 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 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러시아 관리들은 앞서 수 차례 연합 훈련이 끝나는 대로 러시아군은 복귀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해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서방이 러시아의 군 병력 철수를 의심하는 것과 관련, “국방부는 병력 복귀와 관련해 명확한 일정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단, “군사 훈련은 수주에 걸쳐 꾸려지 것으로 하루 만에 철수시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며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마케이 벨라루스 외무장관도 앞서 “훈련이 끝나면 벨라루스 영토에 러시아군은 단 한 명도, 군장비 단 한 대도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오부즈레놉스키 훈련장에서 열린 러시아군·벨라루스군의 합동 군사훈련 중 들판 위로 연기와 불꽃이 치솟고 있다. 오부즈레놉스키 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오부즈레놉스키 훈련장에서 열린 러시아군·벨라루스군의 합동 군사훈련 중 들판 위로 연기와 불꽃이 치솟고 있다.
오부즈레놉스키 AP 연합뉴스
20일로 공언했던 러시아군의 벨라루스 철수가 무기한 미뤄지면서 이곳에 주둔한 3만명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란 서방의 우려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벨라루스 남쪽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까지의 최단 거리는 90㎞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 발표는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분리주의 반군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날 반군 세력 중 하나인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7㎞ 떨어진 루간스크주 피오녜르스코예 마을에서 정부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소속 병사들(왼쪽)과 벨라루스군 소속 병사들(오른쪽)이 벨라루스 브레스트주의 한 사격장에서 합동 군사훈련 중 서로 악수하는 사진을 1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방부가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AFP 연합뉴스
러시아군 소속 병사들(왼쪽)과 벨라루스군 소속 병사들(오른쪽)이 벨라루스 브레스트주의 한 사격장에서 합동 군사훈련 중 서로 악수하는 사진을 1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방부가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AFP 연합뉴스
앞서 블라디미르 치조프 유럽연합(EU)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 15일 “만약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를 상대로 공격에 나선다면, 또는 그들이 돈바스에서든 어디서든 러시아 시민을 살해한다면 우리가 반격한다고 해도 놀라선 안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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