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에 굴복하지 않는 파리… 드러나는 테러범 정체
테러가 발생한 지 사흘 지난 16일 프랑스 파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이 다시 개방했으며 학교, 운동 시설, 공원도 정상 운영을 시작했다. 파리 시민들은 공포 속에서도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벨기에, 압데슬람 대대적 수색 작전
프랑스는 벨기에 경찰의 협조 아래 테러범 추적에 고삐를 죄고 있다. 바타클랑 극장 테러 용의자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진 살라 압데슬람(26)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국제수배령을 내렸다. 벨기에 경찰은 이날 압데슬람이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몰렌베크 지역을 대대적으로 수색했다. 그는 테러 현장에서 자살했거나 사살된 7명 외에 8번째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특히 살라 압데슬람의 형과 동생 등 삼형제가 모두 이번 테러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주목을 끌고 있다. 첫째인 이브라힘 압데슬람(31)은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살 폭탄으로 사망했으며 막내인 무함마드 압데슬람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체포됐다.
테러범은 최소 8명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번 테러의 배후인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성명을 통해 “8명의 형제가 이번 작전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프랑스 정보당국이 테러 공모자를 최대 2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직접 테러를 저지른 최소 8명 외에도 범행 계획, 조직, 지원 등에 더 많은 사람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살라 압데슬람은 브뤼셀에서 태어난 프랑스 국적자로 아랍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알려졌다. 바타클랑 극장 테러 직후 자신의 이름으로 빌린 검은색 폭스바겐 폴로를 타고 벨기에로 도주했다. 프랑스 경찰은 검문 과정에서 신원만 확인하고 그를 풀어 줘 비난을 샀다. 동승했던 2명도 또 다른 1명과 함께 벨기에의 ‘테러범 소굴’로 통하는 브뤼셀 외곽 몰렌베크에서 체포됐다.
사망한 용의자들의 신원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자살 폭탄으로 사망한 3명 중 1명은 벨기에 거주 프랑스 국적의 빌랄 하드피(20)로 드러났다. 나머지 1명은 아흐마드 알무함마드(25)로, 시신 인근에서 발견된 시리아 여권에 따르면 시리아 이들리브 출생이다. 바타클랑 극장에서 자살 폭탄으로 사망한 3명의 신원은 모두 밝혀졌다.
결국 이번 테러는 시리아를 본거지로 두고 벨기에에서 준비한 뒤 프랑스에서 실행에 옮긴 것으로 분석된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도 “이번 테러는 시리아에서 계획됐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경찰은 대대적인 관련자 검거 작전에 나섰다. 프랑스 경찰은 이날 새벽 리옹, 칼레, 죄몽, 툴루즈 등 170곳을 일제히 급습해 최소 23명을 체포하고 무기를 압수했다.
●아바우드, 테러 조직·자금 조달 총책
한편 파리 도심 연쇄 테러를 지령한 인물로 벨기에 국적의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가 지목됐다. 프랑스 RTL 라디오 방송은 경찰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아바우드가 몰렌베크 출신이라고 전했다. 모로코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아바우드는 이번 테러 외에도 앞서 유럽 지역에서 자행된 여러 건의 테러를 조직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등 중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바우드는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직후 벨기에에서 대규모 테러를 시도하려다 적발돼 시리아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벨기에 법원은 아바우드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IS 영문 홍보잡지 ‘다비크’ 제7호에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5-11-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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