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경찰·소방차 불지르고 시청·공항 점거
경찰·방위군, 최루탄·섬광수류탄 발포하며 대응
정부 “진압대원 8명 사망… 민간인 수백명 부상”
누르술탄·알마티 등지서 전화·인터넷·방송 끊겨
토카예프, 러시아 등 CSTO 국가들에 도움 요청
가격상한제 폐지로 LPG값 폭등하자 시위 번져
격화한 소요 사태 배경엔 불평등 문제 지적도
유라시아넷 “수년간 빈부 격차 더 크게 벌어져”
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상한제 해제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가운데 거리의 차량이 불타고 있다. 알마티 타스 연합뉴스
5일(이하 현지시간) 인테르팍스·AFP통신 및 중앙아시아 전문매체 유라시아넷 등에 따르면 전날 수천명의 시민이 참여한 대규모 가두행진, 그리고 일부 시위대와 경찰·방위군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는 이날도 폭력을 동반한 소요 사태가 빚어졌다.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카자흐스탄 곳곳에서 일어난 가운데 5일(현지시간) 최대 도시 알마티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청사 근처에 시위대가 운집해 있다. 알마티 AFP 연합뉴스
시위대는 오후에 알마티 국제공항까지 장악했고, 이로 인해 알마티를 오가는 모든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날 인천에서 출발해 알마티에 도착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탑승객 70여 명은 공항 운영 중단으로 입국 수속을 밟지 못한 채 공항 청사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상한제 해제 반대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휴대전화 손전등을 밝혀 항의의 뜻을 전하고 있다. 알마티 로이터 연합뉴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5일 오전 1시 30분을 기해 알마티와 시위가 처음 일어난 카스피해 연안 망기스타우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와 군부를 공격하는 것은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라며 시위 자제를 당부했다. 아스카르 마민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폭력 시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새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 아리한 스마일로프 부총리가 임시총리직을 맡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카자흐스탄 알마티 거리의 한 상점 유리창이 심하게 파손돼 있다. 알마티 타스 연합뉴스
토카예프 대통령은 사회질서 유지, 국가기간시설 경비, 검문·검색 강화 등을 명령했다. 아울러 향후 6개월 동안 휘발유·디젤유 등 주요 상품에 대한 정부의 가격 통제를 도입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5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린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진압경찰이 무장한 채 대기하고 있다. 알마티 AFP 연합뉴스
이번 대규모 시위는 정부가 추진한 LPG 가격 인상에서 촉발됐다. 정부는 가격상한제를 통해 생산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던 LPG에 대한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지급 중단하는 작업을 새해 첫날에 마무리했다. 석유·천연가스 생산이 주요 산업이지만 그에 대한 수요 또한 많은 남서부 망기스타우주에서는 불과 며칠 사이 주유소에서 ℓ당 60텡게(약 165원)에 팔던 LPG 가격이 120텡게로 2배나 급등했다. 차량용 LPG 가격 급등뿐 아니라 이로 인한 물류비용 증가와 전반적인 물가 급등이 예상되면서 지난 2일 이 지역 도시 자나오젠에서 LPG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항의 시위가 처음 시작됐다.
5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인상 반대 시위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알마티 AFP 연합뉴스
과격한 소요 사태로 번진 이번 시위의 배경에 LPG 가격 인상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라시아넷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명목상 평균 임금은 25만텡게(약 69만원) 정도인데, 그런 수치조차 많은 사람들이 믿지 못할 정도로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정체된 반면 물가와 집값은 최근 몇 년 사이 급등을 거듭했고 카자흐스탄의 막대한 석유 생산에서 비롯된 부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졌다. 그런 와중에 닥쳐온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카자흐스탄은 2020년 2.6%의 역성장을 겪었고 저소득층의 고난은 더욱 깊어졌다고 유라시아넷은 분석했다.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왼쪽)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오른쪽) 전 대통령. 2019.4.23 누르술탄 AFP 연합뉴스
반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과격한 시위대를 “테러리스트 갱단”으로 규정했다. 그는 국영방송 카바르24에 출연해 “이들은 해외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카자흐스탄에 대한 공격은 침략 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국가들은 카자흐스탄이 이번 테러 위협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CSTO는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타지키스탄 등 옛 소련권 6개국으로 구성된 군사협력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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