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독의 총리 해임과 의회 해산 조치로 종결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은 전 세계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고 해외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한가지 전례는 있다.워싱턴포스트(WP)는 1일 호주가 한차례 ‘셧다운’을 경험했다면서 그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1975년 호주 정부도 의회에서 예산안이 기한 내 통과되지 않았다.
예산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셧다운과 유사하지만 결말은 완전히 달랐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호주 대리인격인 존 커 총독이 총리를 해임함으로써 간단하게 셧다운 위기를 끝냈다.
새로 임명된 총리는 즉각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켰고 3시간 후 커 총독은 의회를 해산했다.
사태의 발단은 당시 호주 하원이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나 야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경기 침체 상황인데 정부가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낭비한다면서 통과를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미국의 셧다운과 흡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호주 야당의 요구는 미국 공화당처럼 ‘건강보험개혁법’을 무산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조기 총선 실시에 있었다.
당시 노동당 출신인 고프 휘틀럼 총리는 야당 요구에 반대했으나 정당간 절충에 실패해 셧다운 상태에 들어가자 하원을 제외하고 상원은 조기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커 총독은 휘틀럼을 사무실로 불러들인 뒤 전격 해임했고 15분 후 야당인 자유당 당수 맬컴 프레이저를 후임 총리에 임명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노동당 의원들이 프레이저 총리 임명에 반대하는 불신임투표로 저항했으나 커 총독은 의회해산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내렸다.
한달 후 치러진 총선에서 프레이저가 이끄는 야당이 승리, 양원을 장악했고 그 이후 호주에서 셧다운은 재연되지 않았다.
영국 여왕은 여전히 호주 정부에 대해 공식적인 권한을 갖고 있으나 실제 사용된 적은 거의 없었고 1975년 총리 해임과 의회 해산은 예외적이었다.
WP는 미국도 호주처럼 의회를 해산하고 당장 다음 달 총선을 실시한다면 셧다운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국 연방도 아니고 총독도 없는 상태에서 불가능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