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무원들 “우리는 정치권 싸움의 희생양”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로 일시 해고된 이른바 ‘비(非) 필수인력’ 공무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이들은 강제 무급 휴가에 따른 당장의 경제적 손실만큼이나 졸지에 불필요 인력으로 ‘낙인’찍힌 데 대한 자괴감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셧다운 첫날인 1일(현지시간) 오전 출근길 워싱턴DC의 지하철역에서 만난 한 환경보호국(EPA) 직원은 “나는 지금 ‘비 필수’(non-essential)가 되러 가는 길”이라고 자조했다.
이번 셧다운으로 일시 해고 대상에 오른 여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그가 이날 할 일은 회의 일정을 취소하고 부재중을 알리는 메시지를 남기는 일이 전부다.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으로 연방정부 기능이 부분 정지되면서 핵심을 제외한 공공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고 해당 인력은 일시 해고 상태로 전환됐다. 전국적으로 80만∼100만 공무원이 강제 무급 휴가에 돌입한 셈이다.
군인, 경찰, 소방, 교정, 기상예보, 우편, 항공, 전기 및 수도 등과 같이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에 직결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을 제외한 모두가 일시 해고 대상이다.
무급 휴가 기간에는 모든 업무 관련 활동이 금지된다. 셧다운이 해제될 때까지 이메일 확인은 물론 공용 휴대전화나 컴퓨터 사용도 안 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일하는 수잰 케르바는 “우리는 모두 출근을 하지 말란 지시를 받았다”며 “심지어 화단에 물을 주러 갈 수도 없다”고 성토했다.
의회 상·하원을 나눠 장악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갈등을 일으킬 때마다 이들 비 필수 공무원들은 거센 역풍에 시달렸다. 여러 정부기관이 수년째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으며, 임금 또한 동결된 상태다.
연방정부의 셧다운은 17년 만이지만, 일부 공무원들에게는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무급 휴가다. 올 초에도 연방정부 지출 자동삭감(시퀘스터)로 수십만 공무원이 일시 해고된 바 있다.
주택도시개발부 소속 한 국장급 직원은 “공무원으로서 정치권 싸움의 희생양이자 볼모가 된 기분이고, 우리가 패배자라는 생각도 든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편 중앙정부 부처와 주요 정부기관이 밀집한 워싱턴DC에서는 이번 사태로 실의에 빠진 공무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각종 ‘해피 아워’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식당과 상점들은 주류와 간식 등을 할인된 가격에 팔고, 요가와 필라테스 학원들은 무료 수업을 진행한다. 심지어 의원들에게는 커피 가격을 두 배로 올려 판매하고 공무원들에게는 공짜 커피를 제공하는 음식점도 등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