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5년 만에 또 ‘군부 쿠데타’… 3시간 만에 진압

볼리비아 5년 만에 또 ‘군부 쿠데타’… 3시간 만에 진압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4-06-28 03:41
수정 2024-06-28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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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된 합참의장, 대통령궁 진입
쿠데타 실패 후 “대통령 지시받아”
시민들 軍 비판 외치며 강력 저항
대통령 “민주주의 정부 향한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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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차 막아 세우는 시민들
장갑차 막아 세우는 시민들 26일(현지시간) 오후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무리요광장에서 대통령궁(정부청사)에 진입하려는 무장 헌병대와 장갑차를 시민들이 막아 세우고 있다. 전날 육군 총사령관직에서 해임된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은 쿠데타를 일으킨 지 3시간 만에 광장과 대통령궁에서 철수하고 경찰에 체포됐다.
라파스 AFP 연합뉴스
‘쿠데타의 나라’ 남미 볼리비아에서 5년 만에 다시 군부 쿠데타가 벌어졌다가 3시간 만에 진압됐다. 쿠데타를 주도한 장군과 공격당한 좌파 정부 모두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아이러니한 일이 이어졌다.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이 27일(현지시간) 감행한 쿠데타가 실패로 끝났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전날 볼리비아 군 최고위직인 육군 합참의장직에서 해임됐다. 이날 오후 3시쯤 수도 라파스 무리요 광장에 헌병대 30여명과 집결한 그는 대통령궁 청사 대문을 장갑차로 부수고 진입했다. 대통령궁 안에서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과 대면한 그는 “투옥된 야당 인사의 석방”과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즉각 철군’을 지시했고, 광장에 몰려나온 시민들이 저항하자 군은 결국 포신을 되돌렸다. 이후 수니가 장군은 테러 범죄와 무장봉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짧은 쿠데타였지만 시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등 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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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 흔드는 아르세  대통령
국기 흔드는 아르세 대통령 26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대통령궁에서 루이스 아르세(가운데)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 실패를 알리며 국기를 흔들고 있다.
라파스 EPA 연합뉴스
진압에 성공한 아르세 대통령은 이를 “민주주의 정부를 향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시민들과 함께 지키겠다”고 주장했지만 수니가 장군이 장갑차를 동원하라는 지시를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하면서 정치적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수니가 장군은 체포되면서 “최근 아르세 대통령이 내게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매우 엉망이라고 말했다”며 “대통령은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뭔가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아르세 대통령은 ‘장갑차를 동원할지’ 묻는 자신의 질문에 “꺼내라”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볼리비아는 200년 전 스페인에서 독립한 이후 200번에 가까운 쿠데타를 겪었다. 정치적 무질서가 만연한 볼리비아에선 내년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또다시 출마 의지를 보인다. 이번 쿠데타의 배경에는 전현직 대통령 간 갈등도 있다. 수니가 장군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재출마하는 것을 막겠다고 지속적인 위협을 해 왔다.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이었던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05년부터 14년간 권력을 유지했는데 ‘4선 이상 금지’란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내년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019년 대선 패배 후 부정 선거를 주장하다 망명길에 올랐던 모랄레스는 이듬해 정치적 동맹 관계였던 아르세 대통령이 당선되자 고국으로 돌아왔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군부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24-06-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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