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내전’에 전전긍긍…오바마 新외교독트린 수렁?

美 ‘이라크 내전’에 전전긍긍…오바마 新외교독트린 수렁?

입력 2014-06-13 00:00
수정 2014-06-1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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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하원의장 “오바마 낮잠 자나”…WP 칼럼 “낮잠이 아니라 항복”군사 직접개입은 자제…이라크 정부군 지원하며 ‘제한적 개입’할 듯

지난달 말 웨스트포인트 연설을 통해 ‘두 개의 전쟁’을 끝내고 새로운 대외정책 구상을 펴겠다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

’책임 있는 종전’(終戰)을 했다고 자평한 두 개의 전장 가운데 중동의 심장부인 이라크가 또다시 내전의 불길에 휩싸인 탓이다.

모술을 비롯한 이라크 북서부의 주요 거점도시를 장악한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이 수도인 바그다드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백악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고립주의와 개입주의를 절충한 오바마 대통령의 신(新) 외교독트린이 이라크 사태를 계기로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 미 전문가 “확전 우려”…공화 “오바마 외교 실패” 대공세

일단 워싱턴 외교가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이라크 내전에 그치지 않고 시리아와 이란 등 주변국에 영향을 끼치며 중동지역 전체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동전문가인 브래포드 대학의 폴 로저스 교수는 진보성향의 인터넷 언론인 ‘오픈 데모크라시’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의 사태 전개는 확전의 전주곡”이라며 “수니파 무장세력의 급격한 세력확장은 상징적 이슬람 칼리프 공화국을 건설하려는 것으로 중동지역, 나아가 세계적 차원으로 확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저스 교수는 “이번 수니파의 발호는 알 카에다의 ‘홈 구장’에 미국이 대규모 군사작전에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이는 9.11 사태의 반향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보수 또는 진보성향에 따라 대응의 방향과 수위를 놓고 견해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보수파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소극적 개입주의가 빚어낸 ‘외교적 참사’라고 비판하며 적극적 군사개입을 주문하는 모습이다. 이와 맞물려 중간선거 정국을 앞둔 공화당은 이번 사태를 고리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실정(失政)을 적극 쟁점화하려는 분위기다.

워싱턴 포스트(WP)의 보수적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루빈은 “오바마는 낮잠 자는 게 아니라 항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이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도대체 뭘 하는 거냐. 낮잠 자는 거냐”고 추궁한 것을 빗댄 것이다.

루빈은 “이것이 오바마 외교의 본질”이라며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심지어 동유럽에서조차 전장을 내어주며 전쟁을 끝냈다”며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라크 내부의 정치갈등을 근원적으로 치유하지 않고는 전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누사이바 유니스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적 원한을 풀지 않고는 반군을 제압하는 것이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배웠다”며 “군사지원만이 능사가 아니며 현재의 독재주의적 이라크 정부를 화합의 정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딜레마 처한 오바마 외교’제한적 개입’ 모드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사태의 대응방향과 수위를 놓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갈수록 격화되는 내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직접적 군사개입에 나서는 것은 국내적 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에 따라 직접적 군사개입보다는 이라크 정부군에게 무기와 정보를 지원하는 간접적 군사개입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 미국 내에서 새로운 대규모 미군 투입을 지지하는 여론은 별로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라크 정부에 더 많은 무기와 물질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신 외교독트린의 골자는 미국의 안보이익이 직접적으로 침해받을 경우에만 일방적 군사력 개입을 시도한다는 ‘제한적 개입주의’다.

이번 사태를 놓고는 백악관 국가안보팀 관계자들이 이라크 내부의 분쟁에 불과하며 미국의 안보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긋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보도다.

그러나 사태 전개방향에 따라서는 무인기(드론)를 사용하거나 특수부대를 투입하는 등 개입의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수니 무장세력이 장악한 이라크 북서부 지역에서는 미국인 수백여명이 공군기지를 통해 탈출하기 시작했고 공관원들 철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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