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역대급 참패… 벼랑 끝 이시바

日자민당 역대급 참패… 벼랑 끝 이시바

도쿄 명희진 기자
입력 2024-10-28 18:16
수정 2024-10-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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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비자금·경제난에 심판… ‘버티기’ 택한 이시바 앞은 가시밭길

연립여당 공명당 합쳐도 과반 안 돼
“직책 다할 것” 사실상 퇴진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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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충수 된 승부수
자충수 된 승부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8일 자민당 본부에서 중의원 선거 결과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날 치른 선거에서 자민당은 단독 과반은커녕 공명당과 연합을 해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시바 총리가 정국 돌파를 위해 던진 총선 승부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일본 정계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도쿄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과반(233석) 확보에 실패하며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자민·공명이 과반도 차지하지 못한 건 옛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조기 해산 승부수로 국정 동력을 얻고자 했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당장 자신의 거취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날 치러진 선거 결과 자민당은 465석 가운데 19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기존 의석보다 56석을 잃었다. 공명당도 8석이 빠진 24석만 얻어 양당을 합쳐도 215석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98석에서 148석으로 50석을 늘리며 재집권을 노릴 만한 대안 정당으로 급부상했다. 국민민주당도 7석에서 28석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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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심판’ 성격이 뚜렷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고물가로 생활이 팍팍해진 유권자들이 대거 등을 돌렸다.

일본경제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28일 비자금 스캔들로 촉발된 정권 심판론으로 이시이 게이이치 공명당 대표와 마키하라 히데키 법무상, 오자토 야스히로 농림수산상 등 현직 각료 2명까지 고배를 마셨다고 보도했다.

공명당 대표가 낙선한 건 24년 만, 현직 각료의 낙선은 8년 만이다. 이토 다다히코 부흥상은 지역구에서 패했지만, 비례대표로 부활했다. 비자금 스캔들로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출마한 10명 가운데서는 단 3명이 살아남았다. 옛 아베파의 핵심인 ‘5인’ 중에서는 마쓰노 히로카즈 전 관방장관만 생환에 성공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시바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책임 문제에 대해 “국민 생활과 일본을 지키는 일로 직책을 완수해 나가겠다”며 중도 퇴임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특히 “정치 개혁에 있어서는 더욱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겠다”고 했다.

아울러 야당과의 연정에 대해서는 “의석을 크게 늘린 당이 있다”고 언급하고 “그런 당이 선거에서 어떤 주장을 하고 국민이 공감하고 공명했는지 잘 인식해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일부 야당과 정책별로 협력하는 ‘부분 연정’으로 집권을 이어 가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이날 새벽 주위에 사임하지 않고 ‘국민민주당 등에 연정을 제안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다만 연정의 길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야당 중에서는 우익 성향인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대표와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각각 NHK와 MBS 라디오에서 자민·공명과의 연정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을 드러냈다.

자민당의 참패로 일본 정계는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이시바 총리는 당장 다음달 열릴 총리 재지명 절차에서 ‘과반 의원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일본은 총선거 후 30일 이내에 특별국회를 열어 총리 투표를 진행하는데,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결선투표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입헌민주당은 이날 당 집행부 회의에서 “특별 국회 총리 지명 선거 때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에게 투표하도록 각 야당에 요청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다만 야당 간 노선이 다른 만큼 현실화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이시바 내각의 각종 정책과 추경안 심의, 정상외교 스텝도 꼬였다. 이시바 총리는 다음달 5일 미 대선 이후 당선자와 취임식 전에 회담을 할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2024-10-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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