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민에 250만원씩” 전세계 코로나19에 ‘현금 소화기’ 동원

“미, 국민에 250만원씩” 전세계 코로나19에 ‘현금 소화기’ 동원

강경민 기자
입력 2020-03-19 09:45
수정 2020-03-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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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경제적 충격이 커지자 세계 각국이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잇달아 ‘현금 소화기’를 꺼내 들었다.

18일(현지시간) 기준 유럽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중국을 넘어서고, 미국에서도 확진자가 7천명을 넘는 등 세계가 코로나19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각국 지도자들 입에서 “전쟁과 같은 상황”이라는 경고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항공업과 관광업에서 시작된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는 이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산업계 전체를 잠식하고, 증시는 연일 기록적 수준으로 폭락하며 전염병 못지않은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세계금융위기는 물론이고 1929년 경제 대공황 수준의 타격까지 거론되자 각국은 잇달아 각종 경기부양책과 재난지원금을 발표하고,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를 단행하면서 경제 추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각국 앞다퉈 코로나19 긴급예산 편성…‘기업 국영화’ 카드도

미국 상원은 이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코로나19 무료검사, 실업보험 강화, 취약계층 식품 지원, 유급 병가 등이 포함된 긴급 예산법안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상원 통과 직후 곧바로 법안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AFP통신은 이번 예산안 규모가 1천억달러(123조원) 규모라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은 유급 휴가 조항만 해도 1천50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번 법안은 미 의회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지난 5일 83억달러에 달하는 긴급 예산법안을 처리한 데 이은 두 번째다.

후속 카드의 규모는 훨씬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예산과 별개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피해 지원을 위해 1조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안을 추가로 처리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일부 언론은 이 예산 규모가 1조3천억달러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도 지난 11일 300억 파운드(약 45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정책 패키지를 내놓은 데 이어 17일 위기에 빠진 기업을 위해 3천300억 파운드(약 496조원) 규모의 대출 보증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맞먹는 것이다.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스페인은 17일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총 2천억 유로(274조원) 규모의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2천억유로는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 가운데 절반인 1천억유로가량이 기업에 대한 긴급 대출에 쓰인다.

이와 함께 캐나다는 820억 캐나다 달러(71조9천787억원), 스웨덴은 6천억 스웨덴 크로나(77조원), 터키는 1천억 리라(19조4천억원), 이탈리아는 250억유로(약 34조2천73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각각 내놓았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지난 13일 370억 유로(약 50조3천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투자 기금 계획이 나왔다.

EU는 또한 관광, 소매업, 교통 등 코로나19가 강타한 10만개 업체에 80억 유로(약 10조9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보증하는 데 10억 유로(약 1조4천억원)의 EU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7천500억유로(1천031조 원) 규모의 ‘팬데믹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국제금융기구들 역시 코로나19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은행(WB)은 17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코로나19 긴급자금으로 총 140억 달러(17조4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6일 각국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적극적 재정·통화정책을 주문하면서 회원국들을 위해 1조달러의 대출 자금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국유화 카드도 등장했다.

프랑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17일 “프랑스의 대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재정 투입이나 국가의 지분인수가 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국유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산 시 프랑스 경제 전반에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기업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면 정부가 나서서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16일 경영난으로 법정관리 중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적 항공사 알리탈리아의 국영화 방침을 발표했다.

◇ 자국민 주머니에 현금을…재난지원금 계획 속속

소비 진작을 위해 국민의 주머니에 현금을 직접 꽂아주려는 계획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 개개인에 2천달러(250만원)씩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달러 규모 경기 부양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1천달러짜리 수표를 보내주는 방안으로 총 5천억 달러(620조원)가 소요된다는 게 미 재무부의 계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까지만 급여세 인하를 추진했으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즉각적 효력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자 급여세 인하 카드를 접고, 대신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도 자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이어진 소비 부진의 영향을 고려해 2009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의 충격에 대응할 때 배포했던 것보다 금액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09년에 1인당 1만2천엔(약 13만8천600원)을, 만 18세 이하와 만 65세 이상에 대해서는 1인당 2만엔(약 23만900원)을 지급해 총액으로 약 2조엔(23조864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앞서 홍콩은 지난달 26일 만 7년 이상 거주한 모든 성인 영주권자 700만명에게 1인당 1만 홍콩 달러(약 155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지급 대상을 저소득층 신규 이민자로 넓혔고, 지급 일정을 7월에서 6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대만은 지난달 27일 600억 대만 달러(약 2조4천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확정하면서, 피해 업종·직원에 대한 바우처 지원에 404억 대만달러를 배분했다.

싱가포르는 21세 이상 모든 시민권자에게 소득과 재산에 따라 최고 300 싱가포르 달러(약 26만원)를 현금 지원하기로 했다. 20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100 싱가포르 달러를 추가 지원한다.

호주는 오는 31일부터 650만명의 연금·실업급여 수급자에게 1인당 750호주달러(약 58만원)의 일회성 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 금리인하·양적완화로 유동성 공급↑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금리인하·양적완화도 동시다발로 단행됐다.

가장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든 곳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연준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15일 밤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무려 1.0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동시에 7천억달러(약 8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도 발표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2주새 두차례나 ‘깜짝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연준의 결정을 시발탄으로 16일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완화책도 잇달아 나왔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도 기준금리를 1.00%에서 0.25%로 0.75%포인트 긴급 인하했다.

홍콩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금융관리국도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0.86%로 즉각 낮춘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선별적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5천500억위안(약 9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는 정책을 내놨다.

일본은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동요하는 금융시장에 자금 공급을 늘리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목표액을 연간 6조엔에서 12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전격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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